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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표 팔레스타인 감시 자동화 기술 ‘울프팩’

팔레스타인 자치구 요르단강 서안에 위치한 헤브론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성지 중 하나로 알려진 땅이다. 이런 헤브론에선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에 대한 엄격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첨단 기술이 다수 사용되고 있다. 이런 헤브론에서 실시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감시 실태는 어떤 게 있을까.

헤브론은 다양한 종교 성지 중 하나로 알려진 땅. 이곳에선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이스라엘 정착민과 불법행위를 하는 유대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사람이 산다. 검문소와 감시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곳이 독특한 점은 다른 팔레스타인 도시와 달리 이스라엘에서 많은 정착민이 왔다는 것.

헤브론은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1997년 동서로 분할됐다. 서쪽은 H1, 동쪽은 H2다. H2는 팔레스타인 자치구지만 실질적으론 이스라엘 지배 하에 있다. H2는 3개 지역(Sterile Areas, Military Area, Israeli Settlements)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이스라엘로부터 이주민 800명과 팔레스타인인 4만 명이 살고 있으며 이민자 800명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군에 의해 엄격한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헤브론에는 감시 카메라가 대량 설치되어 있어 이를 사용해 이스라엘군 첩보 기관은 24시간 365일 항상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거리에 설치된 감사 카메라 외에 집 옥상 등에도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이스라엘 병사가 집 소유자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강제적으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난 5년간 이스라엘 정착민으로부터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은 200%나 증가하고 있으며 헤브론에선 거의 매일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군대와 팔레스타인 충돌도 계속되어 하룻밤에 차량 수백 대가 스크랩이 된 경우도 있다.

헤브론에는 이스라엘군 검문소 22곳이 있다고 한다. 거리에 있는 이스라엘 병사는 시민 얼굴을 기억하고 있음에도 하루 10회 이상 신분증명서 제시를 요구한다고 한다. 현지 주민은 이스라엘로부터의 압박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가족조차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걸 두려워하며 모든 방향에서 카메라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네스티인터내셔널 연구자는 이스라엘군이 거리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로 이뤄진 감시 시스템으로 헤브론은 디지털 관리된 사이버 감옥 같아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율형 무기 스마트 슈터도 검문소에 설치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거리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와 기계학습 시스템을 이용해 주민 데이터베이스를 자동 작성하고 있다. 물론 이 감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는 건 팔레스타인인 뿐으로 이스라엘 정착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감시 시스템은 헤브론 모든 곳에 설치되어 있으며 역할이 다른 3가지 시스템이 있다.

22개 검문소에 설치되어 있는 건 레드울프라는 시스템. 검문소를 방문한 팔레스타인인 신원을 조회하기 위한 생체인증 시스템으로 검문소에 들어간 팔레스타인인은 카메라 앞에 서야 한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신원을 조회할 수 있다. 신분증명서나 간단한 약력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감시 시스템은 얼굴 인증 시스템인 블루울프. 이는 이스라엘 병사가 보유한 스마트폰에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ㅇ로 도시에서 팔레스타인인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모니터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는데 사용된다.

3번째는 화이트울프. 이스라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노동 허가증을 확인하는 응용 프로그램이다.

이들 3가지 시스템을 종합한 팔레스타인 감시 시스템 총칭이 울프팩. 이는 헤브론에 거주하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프로파일하는 걸 목적으로 한 감시 데이터베이스다. 또 울프팩에는 팔레스타인인 이름, 주소, 가족 구성, 자동차 번호판 정보, 지명수배범 여부 등 정보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퇴역 군인 증언에 따르면 블루울프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인을 등록하는 걸 장려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에선 군인에게 장려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게이미피케이션이 이스라엘 병사가 팔레스타인 감시를 적극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기도 한다.

팔레스타인인 감시 역사는 영국에 의한 식민지 100년 이상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이 처음 헤브론을 점령한 건 1917년으로 당시 작성된 팔레스타인 점령 핸드북에는 현재 팔레스타인인 감시 기초가 되는 요소가 복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후 기술 진화에 따라 팔레스타인인 감시는 기본적인 정보 수집부터 스파이웨어, 이메일, 텍스트, 메시지 가로채기, 포괄적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더 고도의 디지털 감시로 진화해왔다.

또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군대 감시 뿐 아니라 이스라엘 정착민 감시 시선에도 노출되어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은 집에 설치한 방범 카메라나 드론 등을 이용해 팔레스타인을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원이스라엘펀드(One Israel Fund)라는 조직이 요르단강 서안 주요 교차로에 드론과 카메라를 설치해 이식자가 사용하는 감시 기술에 대한 자금 제공에 공헌하고 있다고 한다. 드론은 팔레스타인인이 사는 마을 등을 원격 감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적외선 카메라로의 촬영에도 대응하고 있으며 어두운 곳에서의 촬영도 가능하다.

덧붙여 이스라엘군은 이런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감시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이나 팔레스타인 주민 생활 질을 높이는 노력 일환으로 이스라엘군은 일상적 치안 유지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며 작전 능력에 대해 논평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감시 시스템을 테러 대책과 치안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이 감시는 프라이버시와 인권, 정치 환경에 있어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또 분쟁 지역에서 첨단 모니터링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민족과 인종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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