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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함께 일해도…사회적 태만 일어난다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란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집단이 작업할 때 개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걸 말한다. 그런데 이런 집단 안에 로봇이 있다면 사회적 태만이 일어난다는 연구가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베를린공대 연구팀에 따르면 팀워크는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함께 일하면 서로 동기 부여가 향상되고 능률이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 공헌도를 보여주기 어려워 동기 부여가 저하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 혼합팀에서 사회적 태만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불량품 검사 태스크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회로 기반 체크를 받게 한 것.

참가자 절반에게는 아직 아무도 체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고 나머지 절반에는 팬더라는 로봇이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자 그룹에는 로봇 모습도 공개하고 적업 중에도 별실에서 작업하는 로봇 소리가 들리도록 했다.

참가자에게는 회로 기판 이미지 42장을 보이는 상태로 제공했다. 마우스가 통과한 곳만 이미지가 클리어되는 장치를 제공해 참가자가 회로 기판 전체를 어디까지 주의 깊게 얼마나 시간을 들여 응시했는지 확인했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자신이 담당한 작업에 대한 책임이나 공헌도도 코멘트를 받았다.

그 결과 양쪽 그룹 모두 불량품 검사에 걸린 시간, 작업에 대한 책임감, 자가 평가는 거의 같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달랐다. 로봇과 함께 작업했다고 밝힌 그룹이 단독 작업을 한 전자 그룹보다 불량품 체크수가 적었다. 불량품 검사 결과 퍼포먼스는 낮지만 좋은 작업을 했다는 자부심은 같았던 것. 연구팀에 따르면 이는 전형적인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현상이며 인간 집단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태만이다.

로봇이 먼저 한 번 체크했다는 정보에 의해 로봇 작업 퍼포먼스를 인간처럼 신뢰해버린 것이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작업하는 장면은 늘어나는 추세다. 물류 창고 등에서 효율화를 명목으로 대규모 로봇 도입은 더 늘어날 것이다. 아마존은 로봇 물류를 주도하고 있으며 인간과 함께 일하는 AI와 로봇 시스템 도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알게 된 건 로봇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사물 전체를 보는 능력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작업에 대한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위험은 작업 시간이 길어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관리나 피드백이 별로 없는 환경에선 루틴 작업이 길수록 동기 부여가 크게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제조 그 중에서도 이중 점검이 필요한 안전 관련 분야에선 작업 결과에 이런 부정적 영향이 작용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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