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정부 직원에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 사용 금지를 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 무역 당국은 모든 업무 용도에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며 러시아 통신과 다른 기관에서도 유사 지침이 이미 시행됐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시행 예정이라고 한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침공을 시작하며 전 세계 기업이 러시아에 대한 제품 배송과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애플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참여한 기업 중 하나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러시아연방보안청 FSB는 6월 초 애플 기기를 이용한 미국 첩보 기관에 의한 스파이 활동을 적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FSB에 따르면 나토 국가 외교사절단이 사용하고 있는 걸 포함해 아이폰 수천 대가 감시 소프트웨어에 감염되고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FSB는 애플이 미정보기관과 밀접하게 협력해 첩보원에게 사용하기 편리한 제어 도구를 제공했다는 근거 없는 정보를 주장하고 있다. 애플은 이 의혹을 부인하고 애플 제품에 백도어를 통합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FSB는 장교와 직원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를 사용하는 걸 금지했다. 러시아 무역부는 7월 17일부터 업무 목적으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고 잇으며 또 디지털 개발부 등 다른 부처도 이에 따르고 있다는 것.
정부기관에 가까운 관계자에 따르면 재무부나 에너지부 등에서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액세스가 벌써 금지되어 있거나 혹은 금지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애플 기기는 상당히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 목적으로 다른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갖고 다닐 필요가 있다고 불만을 말하는 장교도 있다고 한다.
한 러시아 안보 전문가는 FSB가 미국인이 애플 기기를 사용해 도청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며 단지 제한에 반대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제한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FSB가 공용 모바일 기기를 세일피시OS(Sailfish OS)에서 포크한 러시아제 OS인 오로라(Aurora)를 탑재한 장치로 전환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는 오로라 탑재 기기에선 메일 사용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당국자 아무도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애플 기기 사용이 금지됐다면 장교는 싫어도 오로라가 장착된 기기로 전환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