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후반부터 암호화폐 붐이 불면서 대량 GPU를 암호화폐 채굴 리소스로 대여하는 사업자가 속속 등장했지만 최근 암호화폐 폭락이나 이더리움 소비 전력을 줄이는 작업 등으로 채굴 사업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살아남은 채굴 업체는 남은 GPU를 AI 학습용 리소스로 빌려주는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많은 암호화폐 채굴 업체는 2021년 말에서 2022년에 걸쳐 발생한 암호화폐 폭락에 의한 타격을 받아 철수하는 업자가 잇따랐다. 스페인에 거점을 둔 암호화폐 채굴 기업인 사토시스페인(Satoshi Spain)도 암호화폐 붐 와중에 강력한 GPU를 탑재한 채굴 리그를 판매, 리스로 성장을 이룬 채굴 업체 중 하나다. 어려움을 겪었던 이 기업은 최근 급성장하는 AI 학습용 자원으로 채굴 리그를 개조해 자원을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대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AI 개발 융성으로 학습용 컴퓨팅 리소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때문에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대학 등은 컴퓨팅 리소스 확보에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AI 개발 기업은 보통 마이크로소프트나 아마존 등 클라우드 컴퓨팅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형 클라우드 기업은 용량 한계에 도달하거나 소규모 계약에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토시스페인 신사업은 이런 틈새 수요를 주목한 것으로 유럽에 거점을 둔 스타트업이나 대학, 개인 개발자 등에 AI 개발용 컴퓨팅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토시스페인 측은 아직 채굴 리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며 이건 채굴 2.0 격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대형 채굴 기업인 하이브블록체인(Hive Blockchain)도 2023년 6월 결산 설명회에서 보유한 GPU 3만 8,000대 중 일부를 대규모 언어 모델 학습용으로 전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이브블로체인은 2022년 4분기 베타 프로젝트로 GPU 500장을 AI 컴퓨팅 리소스로 대출해 23만 달러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연간 수익으로 환산해도 100만 달러로 하이브블록체인 규모와 비교하면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규모를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채굴은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개별 GPU에서 계산하지만 AI 학습에선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많은 칩과 메모리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채굴 업체가 보유한 GPU를 AI 학습용으로 변환하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일부 스타트업은 채굴 업체가 갖고 있던 GPU를 매입해 자사에서 AI 학습용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AI 스타트업 등에 리소스를 판매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인 투게더 CEO는 채굴 업자가 놓친 GPU 20%를 AI 학습에 전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채굴 업체에서 구입한 GPU로 AI 개발자용 서버팜을 구축하는 이 기업은 채굴 업체는 하드웨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패닉에 빠졌다고 말한다.
GPU를 보유한 채굴 업체가 AI 컴퓨팅 사업에 진입하는 움직임은 소규모 AI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에 있어 기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AI 스타트업 멜리스AI CEO는 주요 클라우드 컴퓨팅 공급자와 충분한 용량 계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투게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