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이모티콘은 동의에 해당한다”

문자 메시지로 작물을 주문한 업체에 대해 엄지손가락 이모티콘으로 응한 농가가 작물을 납입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자 캐나다 법원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이모티콘은 계약상 합의에 해당한다며 농가에 금전 지불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 한 농가와 곡물 마케팅 업체(South West Terminal) 측 재판. 업체 측은 2021년 3월 농가에 작물을 구입하는 계약서 사진과 함께 계약서 확인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11월 작물 납입을 요구하는 계약서 첨부 메시지에 대해 농가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이모티콘으로 회답했지만 기한이 되어도 작물은 납입되지 않았다. 당시 작물 가격은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기부터 크게 급등했다고 한다.

작물 매입을 할 수 없ᄋᅠᆻ던 업체는 이전부터 농가에게 다수 계약서를 문자 메시지로 보냈고 농가는 매번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모티콘은 계약상 합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며 농가에 소송을 걸었다.

이에 대해 농가 측은 계약서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를 확실하게 받은 걸 전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이모티콘은 계약 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6월 판결을 통해 이모티콘은 서명 요건을 충족하며 농가가 이모티콘으로 회신했음에도 작물을 납품하지 않은 건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농가 측 변호사는 만일 이모티콘을 서명으로 인정하면 이모티콘 해석을 둘러싼 재판이 다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사 역시 이모티콘이 전통적인 서명이 아니라고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엄지손가락 이모티콘은 서양 문화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동의, 승인, 격려를 표현하는데 사용된다고 밝혔다.

또 판사는 이 재판은 기술과 일반 사용법 흐름을 멈추려는 게 아니며 멈춰서도 안 된다며 이는 캐나다 사회의 새로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모티콘 등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새로운 과제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모티콘에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획기적 판결에 대해 한 변호사는 법적 관점에서 이번 판결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걸 바꿨지만 계약에 대한 기본 원칙은 수세기 전부터 변하지 않았다는 것. 예를 들어 중세에는 많은 이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문서에 합의했다는 증거로 사인으로 보이는 선을 쓰거나 지문을 찍으면 모든 서명을 대신했다. 이를 통해 비록 이모티콘이라도 이 같은 표현이며 이 표현은 법정에서 신뢰되고 구속력 있는 합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에는 잘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