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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심해 투어의 공통점

지중해에선 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던 이들을 태운 배가 그리스 앞바다에서 침몰하며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해 500여 명에 이르는 과거 최악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대서양에선 부자 5명을 태운 타이타닉 투어 잠수정이 조난당하면서 대규모 수색이 펼쳐지기도 했다. 파편과 실종 직후 폭음 상황을 감안하면 잠수정은 수압에 파괴된 것으로 보이며 승무원 5명 생존은 절망적으로 보이며 수색은 중단됐다. 6월 말에는 수심 4,000m 미만 해저에서 회수한 파편이 처음 공개됐고 29일에는 시체 일부로 여겨지는 게 발견되기도 했다.

잠수정 타이탄(Titan)은 오션게이트(OceanGate)가 단독 개발한 건 아니다. 오션게이트와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계약을 체결해 기체 일부는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나사 마샬우주비행센터에서 조립되기도 했다. 사용 소재는 항공 우주 등급 탄소 섬유로 제조를 통해 나사는 극도의 압력도 견딜 수 있는 우주선 실현 방법에 대한 지견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주와 심해는 공통점이 많다. 실제로 타이탄에 탄 한 탐험가는 지난해 6월에는 블루오리진 우주선인 뉴셰퍼드를 타고 우주에 다녀온 바 있다. 물론 이런 익스트림 투어는 전 세계 부자와 탐험가에게만 참여가 허용된 초한정 여행이지만 저명인이나 유명 연구소가 관여했다고 해서 절대 안전이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타이탄은 1인당 25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지만 쾌적한 바다 여행이 약속되는 건 아니다. 참가할 때에는 모든 죽음에 대해 소송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 서류에 사인을 해야 한다. 버진갤럭틱은 올 여름 상용 투어 시작을 앞두고 있지만 티켓 요금은 1인당 45만 달러다. 물론 버진갤럭틱 역시 2014년 로켓인 스페이스십투 테스트 비행 중 이상이 발생해 추락, 조종사 2명 중 1명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억만장자이자 쉬프트4페이먼트 CEO인 자레드 아이작만(Jared Isaacman)는 민간인에 의한 우주 탐사 계획인 폴라리스 던(Polaris Dawn) 미션을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스페이스X 우주선인 드래곤을 통해 연내 우주를 목표로 한다. 민간인 첫 스페이스워크 그런니까 우주선에서 나온 생명줄이 기대어 무중력 공간 우주 유영을 하는 것이다.

스페이스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나 월드뷰(World View) 같은 기업은 열기구를 이용해 고도 30km 상공 투어를 한다. 우주와의 경계선이 100km인 만큼 우주 여행처럼 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주의 어둠과 둥근 지구는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고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우주 투어에 대한 규제를 외치는 목소리도 있다. 나사 역시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 민간인의 국제우주정거장 탑승에 관한 가이드라인 책정 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법적 구속력은 없다. 우주 역시 상용 로켓을 탑승할 때에는 타이탄에 탈 때처럼 같은 면책조항 서류에 사인을 요구받는다. 다시 말해 탑승 중 사고는 모두 자기 책임이다. 한편 상용 우주 기업 라이선스는 미국항공국 FAA가 발행하고 있지만 탑승원 안전을 지키는 가이드라인 같은 건 아직 없다. 만일 뭔가 사건이 일어나고 규제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은 미리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현재 케네디우주센터가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에선 지난 4월 탑승원 사망이나 부상 소송에도 민간 우주 개발 기업은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블루오리진이나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은 소송 위험(?)에서 해방되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지만 유족이나 희생자 입장에선 입장이 바뀌면 공포가 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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