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쇠퇴에 보청기 사용하면 치매 위험↓

치매는 전 세계인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다른 사람 얘기가 들리지 않는 사람은 치매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는 등 청각 쇠퇴와 인지 증상 관련성이 지적됐다. 영국 대규모 바이오뱅크인 UK바이오뱅크가 수집한 수십만 명 데이터를 분석한 새로운 연구에선 난청이라도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치매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치매 환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이대로 유효한 대책을 취할 수 없다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9년보다 3배에 가까운 1억 5,3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022년 학술지 렌싯에 게재된 리뷰에선 전 세계 치매 사례 8%에 난청이 관련되어 있다는 게 시사되는 등 최근에는 난청과 치매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호부, 일본 등 국제 연구팀은 영국 중년 건강 상태를 장기 추적하는 UK바이오뱅크에 포함된 43만 7,704명 데이터를 바탕으로 난청 유무나 보청기 사용, 치매 진단 이력 등을 분석했다. UK바이오뱅크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시점에서 피험자 평균 연령은 56세였으며 평균 추적 기간은 12년이었다.

연구팀은 난청이 중년기 치매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수정 가능한 위험인자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가 있지만 현실에서 보청기 사용이 치매 사용을 줄이는데 효과적인지 여부는 불분명했다고 지적한다. 피험자 4분의 3에 해당하는 32만 5,882명은 난청을 앓지 않았으며 남아 있는 11만 1,822명에게는 어느 정도 청력이 있었다. 또 난청자 중 11.7%에 해당하는 1만 3,092명은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난청이면서 보청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치매 위험에 관련된 요인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 청력은 좋지만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사람보다 치매가 될 위험이 42% 높다는 게 밝혀졌다. 반면 청력 상실이지만 보청기를 사용한 사람은 치매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청력 상실이 치매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보청기가 낮은 침습적이며 비용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영국에서 청력 상실을 경험한 많은 이들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은 40대 전반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난청 환자가 치매가 되기 쉬운 60∼70대에 걸쳐 수십 년간 단계적 인지 기능 저하가 계속될지 모른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는 청각에 문제를 느끼기 시작하면 조기에 보청기를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라며 비용을 줄이고 접근성을 높이고 1차 케어 종사자가 청각 장애를 스크리닝하고 보청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향상시키고 보청기 착용 같은 치료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사회 전체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어디까지나 관련성을 발견한 것이며 보청기 사용이 치매에 영향을 주는 근본적 메커니즘이 확립된 건 아니다. 환자 상태에 대한 조사는 자기 신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바이어스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나 난청을 신경 쓰고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 건강 상태에도 신경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숨겨진 요인 가능성도 있다. 또 UK바이오뱅크 피험자는 대부분 백인이며 선천성 청각 장애인과 난청 경험자가 적은 점도 연구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자는 이번 연구에 따르면 보청기가 청력 상실로 인한 치매 위험을 완화시키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근거는 무작위화 비교 시험 없이도 양호했다면서 보청기 사용은 치매 예방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