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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90% 뇌식 아메바, 이 약으로 살아났다

지금까지 발병하면 치사율 90%로 두려움을 줬던 뇌식 아메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감염 환자에게 약을 사용해 효력이 있었다는 캘리포니아주 의사 보고가 있어 눈길을 끈다.

뇌식 아메바는 단세포 자유 생활형 아메바로 자신보다 작은 아메바를 먹이로 삼으면서 토중이나 수중 도처에 서식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뇌에서 처음 발견됐고 1993년에는 아메바 별종으로 확인되어 드물지만 인간에게 심각한 뇌 감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게 판명됐다.

아메바는 코와 피부 상처를 통해 체내로 들어가 궁극적으론 혈류를 타고 뇌에 도달해 육아종 아메바성 뇌염이라는 증상을 일으킨다. 뇌식 아메바라고 하면 뇌를 먹는다는 느낌이 있지만 염증 자체는 우리 면역 반응에 의한 것이다.

잠복기간이 길고 발열이나 두통, 발작, 이상 행동 등 증상이 나오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일단 발병하면 치사율은 90%에 달한다. 다만 육아종 아메바성 뇌염은 상당히 드물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 200례 정도만 보고됐을 뿐이다. 하지만 건강한 면역계를 가진 사람을 포함하면 누구나 병을 앓을 수 있다.

이번에 소개된 사례는 얼마 전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지에 게재된 것. 2021년 8월 54세 남성이 발작을 일으켜 북부 캘리포니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MRI 검사 즉시 왼쪽 뇌에서 부종과 부기가 발견됐고 초기 치료를 받은 뒤 UCSF 의료 센터로 옮겨졌다. 당초 검사에선 세균이나 진균이 원인이 아니라고 진단되어 남성은 일단 퇴원했다.

하지만 의심스럽게 생각한 의사가 병변 부위 조직을 관찰하는 생체 조직 진단을 실시햇고 초진부터 1개월 이후 드디어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남성은 곧바로 재입원했다. MRI에서 새로운 노 병변이 발견되면서 GAE에 대한 유일한 표준 치료인 항균제에 의한 장기 병용 요법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병변이 작아지고 개선된 것처럼 보였지만 약물 독성이 너무 강해 계속된 치료는 불가능하게 됐다. 효과적인 약물 조합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환자 상태는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의학 문헌을 찾던 중 나이트록소린(nitroxoline)이라는 약이 유효한 게 판명됐다.

이 남성은 처음 병원을 찾은지 100일 뒤 가족과 FDA 허가를 받아 나이트록소린이 투여됐고 투여 개시 직후에는 신장에 트러블이 있었지만 서서히 개선됐고 일주일 뒤에는 뇌 병변이 감소해 결국 퇴원할 수 있었다. 나이트록소린은 새로운 약물이 아니라 요로감염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현재 미국에선 시판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중국 제약회사가 공급한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나이트록소린을 방광암 치료약으로 가능성을 보고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드문 경우 가능하면 빨리 진단하고 증상이 진행되기 전 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스크리닝 기술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남성은 도중에 여러 차례 합병증에 시달렸지만 병세가 줄었고 거의 회복됐다고 한다. 여전히 나이트록소린을 포함한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있지만 1년 이내에 이런 약물 처방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USCF는 이들이 다른 의사와 협력해 뇌식 아메바 2례를 나이트록소린으로 치료하고 초기 치료 결과도 양호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질병관리예방센터를 설득해 이 약을 긴급용으로 현장에 비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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