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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증 배지 유료화 악용 가능성 무시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수익 개선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인증이 끝난 배지를 살 수 있는 트위터 블루(Twitter Blue)를 발표했다. 트위터 계정명 옆에 파란색 체크 표시로 나오는 인증 배지는 계정이 공식인지 가짜인지 구별하는데 사용되어 왔지만 누구나 인증 배지를 구입할 수 있다. 악성 인증 배지를 구입한 스푸핑 계정이 급증하게 된 것. 이에 따라 트위터는 트위터 블루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큰 문제가 된 인증 배지 유료화에 대해 트위터 내부에선 악용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사전에 작성되어 일론 머스크에게 제출되고 있지만 일론 머스크는 이를 무시하고 인증 배지 판매를 밟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

정치적 내용 트윗을 투고하는 스푸핑 계정도 많기 때문에 이 영향을 우려한 대기업 광고주가 고객에게 트위터에의 광고 출고 정지를 추천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트위터는 수익 90%를 광고가 차지하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수익 개선을 위해 채택한 시책이 결국 수익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진 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위터가 인증 배지 판매를 시작하기 이전인 11월 9일 시점 회사 내에서 일론 머스크에게 트위터 블루에서 인증 배지를 판매하면 명백하게 유해한 결과가 일어난다고 지적하는 7페이지에 걸친 내부 보고서를 제출했던 게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내부 보고서는 트위터 블루에서 인증된 배지를 판매해 발생하는 사건을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에측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 시작 부분에 자기 동기 부여 사기꾼과 악덕업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인증 배지 구입을 그만두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작성됐다. 또 보고서에서 인증된 배지를 누구나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전 세계 지도자, 광고주, 브랜드 파트너, 선거 관리자, 기타 유명인에게 스푸핑이 급증할 가능성이 지적됐다. 보고서는 11월 1일 시점 이미 사내에서 회람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 일론 머스크가 인증 배지를 구입할 수 있는 트위터 블루를 연간 99달러로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작가 스티븐 킹과의 대담으로 비용을 월액 8달러까지 인하하기로 결정한다. 이 가격 인하로 인해 스푸핑 계정에 대해 간편하게 인증된 배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스푸핑 계정이 급증하면 스푸핑 계정 피해자가 되는 유명 인사, 브랜드와 기업이 트위터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지적됐다. 특권을 빼앗는 건 지명도가 높은 사용자를 혼란에 빠뜨려 플랫폼 신뢰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며 현재 지명도가 높은 사용자가 오인되는 목록을 관리하고 있지만 이를 폐재해 사용자로부터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트위터는 인증된 배지를 획득한 계정에서 자동으로 인증 배지를 빼앗기 위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 위험도 보고서에선 지적되고 있으며 트위터는 40만 정도 인증 배지 획득 계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새 트위터 블루에 돈을 지불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대량 계정에서 인증 배지를 빼앗을 필요가 있으며 이렇게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덧붙여 보고서에선 인증 배지를 취득한 유명 계정에 대해 트위터 블루를 구입하지 않아도 인증이 끝난 배지를 계속 주는 등 해결책이 제안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트위터 제품 관리 디렉터이자 일론 머스크 측근 중 1명으로 알려진 에스더 크로포드(Esther Crawford)에 제출됐으며 일론 머스크도 보고서에 대해 설명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크로포드는 보고서 대부분에 동의하고 있었지만 새로운 트위터 블루 릴리스 시기를 늦추는 데에는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당초 예정대로 트위터 블루를 통한 인증 배지 판매를 시작해 이 같은 대참사를 일으키게 됐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이스X가 16만 달러 이상 트위터 인벤토리를 구입하는 게 밝혀졌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실행 이전부터 트위터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언론 자유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고주로부터는 트위터 콘텐츠 모더레이션이 완화되어 불법 콘텐츠나 과격한 콘텐츠가 증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날 광고주에게 트위터가 무슨 말을 해도 처벌받을 수 없는 자유분방한 곳이 되선 안 된다며 자사 플랫폼은 국가 법률을 준수하고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야 한다고 말했고 주요 광고 사업자가 트위터에 광고 출고를 일시 중단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이렇게 트위터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가 CEO를 맡고 있는 스페이스X가 새로 16만 달러 이상 트위터 인벤토리를 구입하고 있는 게 밝혀진 것.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구입한 인벤토리는 테이크오버라고 불리는 것으로 테이크오버를 구입한 기업은 트위터 타임라인 상단에 브랜드 이미지를 1일간 게재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트위터와의 거래에 따라 호주와 스페인에서 스타링크 광고를 게재할 계획이다.

트위터와 스페이스X간 거래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는 호주와 스페인에서 트위터 광고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광고 패키지를 구입했다며 구글과도 비슷한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트위터 인벤토리 구매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을 포함한 광고 테스트 일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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