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전자기기에 탑재되는 칩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지만 칩 수명과 재활용 어려움으로 매년 대량 전자폐기물이 생긴다. 오스트리아 연구팀은 칩 기판 소재로 버섯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칩을 제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도성 금속으로 이뤄진 전자회로는 기판이라고 불리는 기반 위에 위치하며 기판은 절연과 냉각 역할을 한다. 대부분 기판은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폴리머로 이뤄져 칩 수명이 다하면 그대로 버려지는 게 많아 연간 5,000만 톤에 달하는 전자폐기물을 낳는 요인이 된다.
호주 요하네스케플러대학 연구팀은 버섯인 영지(Ganoderma lucidum)를 이용해 칩 기판을 만드는 연구를 실시했다. 버섯으로 기판을 만든다는 발상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버섯 균사체를 원료로 해 동물 가죽과 같은 소재를 만드는 시도가 있어 균사체 유래 가죽인 마일로(Mylo)는 제품화 코앞에 도달하고 있다.
썩은 목재 표면에서 자라는 영지 균사체는 박테리아와 다른 곰팡이로부터 내부를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외피를 형성한다. 이 외피를 추출해 건조시키면 유연성이 뛰어난 절연 성능을 가진 소재가 완성된다는 것. 이 소재는 종이와 같은 두께를 가지면서 200도가 넘는 고온에도 견딜 수 있어 전자회로 기판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균사체로 만든 기판 위에 금속 회로를 구축하는 실증 실험도 실시해 표준 플라스틱 폴리머와 거의 같은 전도 성능을 발휘하는 걸 확인했다. 균사체 유래 소재는 2,000회 이상 구부려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외에 블루투스 센서 등 저전력 기기용 배터리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균사체 유래 기판이 습기나 자외선으로부터 멀어지면 수백년 이상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토양에선 2주간 분해되는 생분해성을 가져 쉽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연구자는 제작된 프로토타입이 인상적이며 연구 결과가 획기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