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가 뭔가 실험을 실시할 때 조사하고 싶은 것 이외 요인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신중하게 실험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때론 예기치 않은 요인으로 결과가 좌우되어 버리는 일이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연구팀이 쥐에 약물을 투여하는 사람 성별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팀은 즉각적인 항우울제로 주목받는 케타민(Ketamine) 동물 실험을 실시했을 때 쥐에 케타민을 투여한 게 남성 실험자일 경우 치료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자 성별이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대해 다른 연구소에도 문의해봤지만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있는 연구팀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왜 케타민을 투여하는 실험자 성별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첫째 남성과 여성 냄새에 주목해 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쥐는 남성 냄새보다 여성 냄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 실험자 냄새가 얼룩진 옷 존재가 쥐에 불안, 통증, 우울증 징후를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쥐 후각과 페로몬에 대한 감수성은 인간에 비해 날카로운 것으로 남성을 포함한 많은 냄새에 여성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 실험자를 균등하게 혼합한 맹검 무작위화 시험을 실시해 역시 실험자가 남성일 경우 케타민 항우울 작용이 강하고 여성은 약해지는 걸 확인했다. 또 케타민과는 다른 타입 항우울제인 데시프라민은 실험자 성별로 효과가 변하지 않고 투여 방법을 바꿔도 결과에 영향은 없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연구자 성별이 케타민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일련의 결과는 쥐 체내에서 케타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봤다.
쥐에서 케타민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을 조사한 결과 연구팀은 CRF(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뉴런 활성화가 실험자 성별이 케타민 효과를 좌우하는 원인이라는 걸 밝혀냈다. 여성 실험자가 케타민과 함께 CRF를 쥐에 투여한 결과 남성 실험자와 마찬가지로 케타민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2014년 연구 실험실 내 쥐는 남성 연구자 존재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스트레스 반응성 진통 효과가 유발된다는 게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도 남성 실험자 냄새가 쥐에 스트레스를 줘서 CRF 뉴런과 CRF 회로를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높이는 것으로 케타민 작용이 더 강해지는 걸 시사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 결과를 좌우하는 숨겨진 요인을 밝힐 뿐 아니라 실제로 케타민을 이용한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쥐에서 얻은 지견으로부터 뇌 내 특정 스트레스 회로를 활성화하는 게 케타민 치료를 개선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고 말한다. 케타민과 뇌 영역 활성화를 결합하면 항우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또 CRF 양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지만 케타민을 이용한 항우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케타민 효과를 유발하도록 CRF와 관련된 화학 물질을 투여할 수 있다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일반적으로 케타민 항우울 효과는 1∼3일 지속되지만 CRF를 투여하면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보도에선 동물을 이용한 실험 결과 대부분은 인간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라도 케타민과 CRF간 관계를 확인하는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연구팀은 실험자 성별은 동물 실험 결과를 왜곡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 케이지 상태, 전체적인 스트레스, 일일 리듬, 실험자 식사 등 요인도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준다고 경고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