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이나 태풍에 이어 산불 같은 열파(Heat)에도 사상 처음으로 이름이 붙었다. 일반화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름을 붙이려는 움직임이 퍼지기 시작한 것. 지난 7월 유럽에서 40도가 넘는 맹위를 떨친 열파가 조에(Zoe)로 명명됐다. 이는 열파 규모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3단계로 나눠 가장 심각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열파에 이름을 붙인다는 스페인 세비야 등이 독자 도입한 실험 프로그램에 기초한 것이다.
이 실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Arsht-Rock(Adrienne Arsht-Rockefeller Foundation Resilience Center)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에 대해 열파가 건강 약자에게 주는 심각한 영향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립기상국(National Weather Service)에 따르면 열파로 인한 사망자는 2021년이나 10년 평균(2021년~2021년), 30년 평균(1992년~2021년) 어떤 걸 봐도 허리케인이나 홍수, 토네이도 등 더 피해가 클 것 같은 기상재해보다 많아지고 있다. 열파가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카테고리는 해당 지역 과거 기상 데이터도 고려한 뒤 낮 최고 기온, 야간 최저 기온, 습도 그리고 이런 조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3가지로 나눈다. 카테고리에 따라 쿨링 센터 개방, 응급 대응 수준이나 건강 약자 방문 체크 등 조치가 결정된다. 풍속이 기준인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 카테고리와 큰 차이는 건강에 대한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심각한 카테고리3에 해당하는 열파에는 이름이 붙는다. 이름은 허리케인과는 반대로 알파벳 Z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첫 열파는 앞서 밝혔듯 조에 이후 명칭(Yago, Xenia, Wenceslao and Vega)도 이미 정해져 있다.
열파에 이름을 붙이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허리케인, 태풍, 사이클론 등 이름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있는 세계기상기관 WMO는 열파에 이름을 붙이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공표하고 있다. 현재 WMO가 연계한 각국 기상기관은 열파가 발생하면 주의보나 경보 등 주의 환기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지자체와 민간기관이 독자 기준으로 이름을 붙여 주의를 주면 주민이 어떤 걸 믿으면 좋을지 혼란스러워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허리케인과 함께 이름이 붙은 기상재해가 빈발하면 감각이 마비되어 위기감을 갖지 않게 될 우려도 있는 등 단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앞서 언급한 스페인 세비야 외에도 그리스 아테네가 Arsht-Rock 기준을 이용한 실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선 LA, 마이애미, 밀워키, 캔자스시티 등 4개 도시가 도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열파에 순위를 매기는 법안이 제출되어 2026년까지 시행을 목표로 주 의회 상원에서 수정이 반복되고 있다. Arsht-Rock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더위에 취약한 건강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이 법안에는 명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온난화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지금보다 지역 주민 건강이나 안전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시도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