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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 둘러싼 그린워싱

대량 플라스틱을 이용하는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대기업이 안고 있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 실행되고 있을까. 보도에 따르면 다국적 기업이 아프리카 가나에서 실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삭감 대처는 플라스틱 규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이미지 전략 밖에 없고 중요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게 한다.

매년 450톤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어 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가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불과 5%다. 이런 가나에서 플라스틱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건 2015년 플라스틱 등 쓰레기에 수로가 막히면서 홍수까지 터져 2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게 계기였다.

한 정책 컨설턴트에 따르면 플라스틱 금지에 대한 기운이 높아졌다는 걸 느낀 기업은 민간 기업에 의한 비영리단체 GRIPE(The Ghana Recycling Initiative by Private Enterprises)를 설립했다. 공식 사이트에는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쓰레기 관리 대책을 추진하는 업계 주도형 연합으로 소개되어 있다. 설립 멤버로는 코카콜라 외에 다우케미컬, 기네스, 유니레버, 네슬레 등 다국적 기업이 이름을 올렸고 2010년대 후반 국제회의에서 GRIPE가 호의적으로 다뤄지거나 영국 정계 관계자와 제휴하는 등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위원회가 2020년 발표한 가나 플라스틱 재활용 상황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GRIPE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의한 높은 효과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된 셈이다.

석유 대기업 토털(Total)이 시민에게 재활용 운동 참가를 호소하며 GRIPE와 제휴해 실시한 프로젝트에선 도시 2곳 주변 주유소에 재활용 스테이션을 설치했다. 그런데 추적 조사한 페트병 1개는 4개월이 지나도 회수되지 않았고 확인을 위해 재방문한 결과 넘칠 정도로 가득한 재활용 스테이션에 아지 남아 있었다고 한다. 회수한 병 재활용을 맡고 있는 기업은 토털과 코카콜라로부터 제공된 자금이 다 떨어져버렸다고 한다. GRIPE는 2021년 재활용 가능한 소재 상설 매입 센터를 가나 특정 지역(Accra)에 설치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보도에서 방문해본 결과 몇 개월째 방치된 상태라고 한다.

거대한 다국적 기업에 있어 GRIPE 연회비 4만 5,000가나세디는 별 게 아니다. 유니레버의 경우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PR 예산 중 0.0001%다. 회수된 플라스틱은 외부 제휴 기업이 매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GRIPE 부담은 제로다. 또 가나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화하는 설비가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고 회수해도 유럽에 보내야 한다고 한다.

이 조사가 부각한 건 문제를 만든 다국적 기업이나 석유 기업은 뭔가 하는 연출성 캠페인을 전개해 이미지를 올리면서 실제로는 해결책에 반대하거나 문제 해결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가스 석유 산업이나 기업, 정부가 하고 있는 일과 같다. 가나에 플라스틱 제품 기업을 설립하고 재활용 센터를 만들려고 한 한 관계자는 GRIPE에 대해 이곳 참여 기업을 위한 이미지업 전략이라면서 여기에는 책임이 존재하지 않으며 자금을 조금 제공해 도움이 되면 그만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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