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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재 이후 몇 개월간 러 기업과 데이터 공유?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미국은 많은 러시아 기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미국 기업이 거래하는 걸 금지했다. 그런데 구글은 제재 개시 몇 개월 이상이 지난 6월 23일까지 러시아 최대 은행인 러시아저축은행이 소유한 광고 기업인 러타깃(RuTarget)과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을 시작한 2022년 2월 24일 미국 재무부는 다양한 러시아 기업을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게재했다. 그 중에는 기업이나 브랜드 디지털 광고 구입을 지원하는 광고 기업인 러타깃도 포함됐다. 그런데 디지털 광고 분석 기업인 아달리틱스(Adalitics) 조사에 따르면 러타깃이 제재 대상 기업 목록에 등록된 뒤에도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 제공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달리틱스는 구글이 러타깃과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한 사례를 700건 가까이 특정하고 있으며 이 건에 대해 언론사가 구글에 문의한 결과 6월 23일이 돼서야 드디어 러타깃과의 데이터 공유가 중단됐다고 한다.

설문 조사는 또 구글이 우크라이나에 본사를 둔 웹사이트를 탐색한 사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러타깃과 공유했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데이터에는 고유 휴대전화 아이디와 IP 주소, 위치 정보, 사용자 관심과 온라인 활동에 대한 자세한 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러시아군과 정보기관이 추적에 활용할 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아달리틱스 측은 러타깃이 구글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액세스와 저장이 가능했다는 건 심각한 잠재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러타깃은 이런 데이터를 검색해 다른 20개 데이터 소스와 결합해 대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으며 러타깃 데이터 파트너에게 러시아 정부와 첩보기관, 사이버 범죄자가 포함되어 있다면 큰 위험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 측은 구글이 2022년 3월 러타깃에 대한 광고 제품 사용과 구매를 차단하고 이후에는 러타깃이 구글에서 직접 광고를 구입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사 문의 전까지 여전히 러타깃이 사용자와 광고에 대한 데이터를 구입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구글 측은 자사가 적용되는 모든 제재, 무역 규정 준수 법률을 준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문제가 된 기업을 검토하고 올초 실시한 구글 광고 제품 직접 사용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미 상원 정보위원장인 민주당 마크 워너 상원 의원은 2월 25일 구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러시아와 관련한 단체에 의한 플랫폼 착취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음에도 러타깃과 관계를 차단하지 않은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기업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부주의하게 지원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 기업이 러시아 기업과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해당 기업이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은행 소유라는 말을 들었고 믿을 수 업을 만큼 우려와 동시에 실망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광고에선 인벤토리 판매와 입찰이 실시간 입찰 방식으로 애드익스체인지라는 플랫폼에서 거래된다. 이 온라인 광고 구매 과정에서 기업간 타깃이 되는 사용자 모바일 아이디와 IP 주소, 위치 정보, 관심사 등 데이터가 교환되고 있으며 광고 기업은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얼마나 입찰할지 결정한다. 러타깃 같은 광고 기업은 실제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데이터를 수신, 저장하고 시간과 함께 풍부한 데이터 리포지토리를 만들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온라인 광고 과정에서 교환되는 이런 데이터는 거의 규제되지 않고 이름이나 이메일 등 개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기밀성이 높다는 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데이터 생태계와 데이터 브로커, 광고주 생태계는 기밀성 높은 미국인 정보를 외국 기업에게 제공, 전송과 판매하는 방법에 대해 주목받고 있다며 외국 기관이 데이터에 무단 액세스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일부 미국 상원 의원 그룹은 광고 비즈니스에 의해 유출된 데이터가 적대국이나 기관에 부정 이용된다는 우려로 2021년 4월 구글과 기타 애드익스체인지에 대해 데이터를 공유한 국내외 파트너를 목록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구글은 비공개 의무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입찰 데이터를 구글과 공유하고 있는 일부 기업은 구글과의 관계를 공개하고 있어 구글이 말하는 비공개 의무가 뭔지 모호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구글 공식 페이지에서도 실시간 광고 경매 입찰자명이 적어도 13개 나열되어 있으며 구글은 상원의원에게 비공개 의무가 있다고 말하기 몇 개월 전 외국 파트너 목록을 자사 웹사이트에 공표한 바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을 통해 러타깃과 사용자 데이터 공유가 이뤄졌던 웹사이트에는 로이터통신, ESPN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러타깃 웹사이트에 나열된 고객에게는 마스터카드, 현대, 페이팔, 화이자 같은 기업도 존재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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