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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선언·IP 라이선스 차단까지…막가는 ARM 中합자기업

반도체 IP 기업 ARM이 개발한 ARM 아키텍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마이크로 컨트롤러, AWS 서버 등에서 사용되는 수십억 개에 달하는 칩에 채택되고 있다. ARM은 영국 기업이지만 2016년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가 이후 엔비디아에 매각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자국 내에서 라이선스 권한을 갖고 있던 중국 합영 기업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지적재산권 라이선스 권한을 차단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소프트뱅크는 ARM IP 사업을 중국에서 진행하는 걸 목적으로 한 중국 자회사인 ARM테크놀러지(Arm Technology) 지분 51%를 중국 투자 컨소시엄에 매각해 ARM차이나(Arm China)로 합작 기업화했다. ARM차이나는 중국에서 ARM IP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독점권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후 ARM차이나 알렌 우 CEO가 ARM차이나 고객에게 라이선스 비용 할인을 제의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회사에 투자를 유치하고 있던 게 발각됐다. 2020년 ARM과 주주는 알렌 우 CEO 추방에 합의하고 이사회는 이해 상충을 이유로 찬성 7 반대 1로 CEO 해임을 가결했다.

하지만 직인은 알렌 우 CEO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고를 법적으로 수행할 수 없었다. 중국은 인감 법적 효력이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절차는 직인이 있어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사회가 알렌 우 CEO 해임을 결의했음에도 CEO는 해임을 거부하면서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알렌 우 CEO는 이사회에서 ARM측에 붙은 고위 임원을 쫓아내고 ARM차이나 명의로 이사회를 제소했다. ARM 영향이 배제되어 버린 것으로 ARM차이나는 완전히 ARM의 손에서 벗어나게 됐다.

물론 ARM 측도 가만 있지 않고 새로운 IP 라이선스 계약을 중단하는 보복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ARM CPU인 코어텍스-A77과 AWS 자체 디자인인 그래비톤(Graviton), 네오버스(Neoverse) 시리즈 등 주요 기술은 ARM차이나에 전송되지 않았다. 또 2021년 5월 발표한 새로운 아키텍처인 Armv9도 ARM차이나에 제공되지 않았다. 더구나 ARM은 ARM차이나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며 중국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새로운 라이선스 중단에 ARM차이나는 ARM에서 독립을 공식 선언하는 이벤트를 열고 ARM차이나야말로 중국 최대 반도체 IP 공급 업체라고 어필했다. 또 ARM차이나는 독자 개발한 XPU 라인이라는 새로운 IP를 발표했다. 그 뿐 아니라 앞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사물인터넷 기기 자체 NPU와 VPU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ARM차이나는 ARM에서 독립을 외치며 ARM 일부 IP를 빼앗고 세계 2위 규모를 가진 중국 시장을 차지한 형태다. ARM차이나는 중국 합작 기업이 막 나간 가장 유명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수십 년에 걸쳐 IP를 빼앗기고 복제됐지만 이번 ARM차이나 사건은 지금까지 가장 대담한 시도일지 모른다. 또 이번 ARM차이나 폭주가 엔비디아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소프트뱅크의 근시안적인 이익 추구가 이 같은 대규모 문제를 일으킨 건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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