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받으면 직장에서 떨어져 느긋하게 지내겠다고 결심하지만 곧바로 스마트폰이나 PC로 업무용 이메일을 확인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왜 휴일에 업무용 이메일을 확인할까. 댄 케플러 시드니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고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일 모드에서 휴가 모드로 전환이 잘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일이 강한 아이덴티티가 되어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갈구하며 이에 대한 대답 중 하나는 매일 하는 활동 속에 있다. 물론 일도 일상 활동에 포함되어 있으며 자신이 선택한 일이든 필요에 직면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든 정체성을 형성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일에 대한 정체성은 자신은 변호사라는 직접 자체에 근거하는 직업 정체성, 자신은 구글 직원 식으로 속한 조직에 근거한 조직 정체성, 자신은 직장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처럼 능력에 따른 능력 기반 정체성 등이 있다.
일에 근거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 자체는 장점이 많고 일에 대한 동기나 능력 뿐 아니라 건강 상태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작품에 근거한 강력한 정체성을 갖는 건 업무 모드에서 휴가 모드로 전환하는 걸 막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
사람들은 여러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정체성의 상대적 범위와 조합은 사람마다 다르다. 만일 업무와 관련된 신원이 자신에게 중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 근무 중 뿐 아니라 퇴근이나 휴가 중에도 일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에 정체성이 있는 사람은 상사에 의해 강제되는 게 아니라 자신답게 하는 일 이외 방법은 생각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휴일에도 일을 해버린다는 지적이다.
일이 정체성 일부가 된 경우 스마트폰이나 PC 등 일을 연상시키는 걸 주변에서 멀리 일정 기간 떨어뜨려 디지털 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같은 걸 검토하는 게 좋을 수 있다. 또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장과 가정 구분을 잃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디톡스 등으로 직장과 개인을 분리하려는 노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또 자신의 정체성에 초점을 맞춘 대책으로는 일 정체성을 자극하는 물체를 멀리한 뒤 다른 정체성을 자극하는 걸 주위에 배치하는 대책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취미로 테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테니스 라켓을, 음악을 한다면 기타를 눈에 띄는 곳에 놔두는 것으로 업무 이외 정체성을 자극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업무 이외 정체성을 새로 획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얻지 못한 정체성을 새로 찾아내는 건 어렵지만 이 일에 근거한 정체성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해독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휴가 중 무조건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가 될 위험도 있다. 무리하게 특정 생각을 억제하려고 하면 반대로 그 생각에 대해 생각해버릴 수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다른 것에 대한 생각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말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을 일 이상으로 정의된 복잡한 존재로 간주해 직장에서 떨어진 소중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