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조종 RC 비행기를 이용한 비행 속도에서 세계 최고 속도 기록이 나왔다. 모터도 엔진도 사용하지 않는 RC 글라이더로 기록한 속도는 무려 882km/h다.
이 기록은 동적 활공(Dynamic Soaring)이라는 무선 조종 글라이더 분야에선 199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특수 비행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동적 활공은 강한 기류가 언덕에서 위에서 부는 것과 언덕 풍하 측에서 정체 또는 빨아 올려 언덕 위로 향하는 기류 속도차를 이용해 양쪽 사이를 오가듯 글라이더를 조종해 계속 속도를 더해가는 조종 방법이다.
숙련된 조종사가 경량화하면서 높은 강도를 갖춘 특수 RC 글라이더를 이용해 동적 활공을 실수 없이 반복해가면 글라이더는 마하 0.8에서 1.2 사이 음속에 도달한다. 선회할 때 걸리는 힘은 최대 100G에 도달할 수 있는 만큼 강도가 낮은 기체라면 공중분해되어 버릴 수도 있다.
독일 공력 전문가와 슈투트가르트대학이 협력해 동적 활공용 RC 글라이더 디자이너 스펜서 리슨비(Spencer Lisenby)가 2021년 1월 19일 LA 북쪽에 위치한 후드산에서 지금까지 최고 속도 기록을 3마일 넘어선 548마일 그러니까 882km/h를 기록했다.
너무 속도가 빨라 측정에는 레이더건을 이용했다. 동적 활공 비행 세계 기록은 공식 인증 단체가 없기 때문에 측정하는 측이 공정한 측정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리슨비가 머리에 고정한 고프로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산 능선에서 지상까지 아슬아슬하게 동그라미를 그리듯 비행 글라이더가 점점 가속되고 마지막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만한 속도를 낸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 글라이더를 난기류에 돌입시키고 상황에 맞게 세세한 수정을 하면서 계속 날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참고로 대형 철새인 신천옹은 최소한 에너지 소비로 수백 마일 해상을 이동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동적 활공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처음 언급한 건 1883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서다. 개발자는 신천옹의 동적 활공 비행을 모방해 미래에는 최소한 에너지 소비로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UAV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