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랭커스터대학 연구팀이 태양 에너지를 장기 저장할 수 있는 소재를 특정했다고 보고했다. 이 소재가 실용화되면 열을 방출해 얼음을 녹이는 자동차 차창이나 친환경 난방 시스템 심지어 장기 안정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DVD 등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 변화 대책으로 화석연료에서 재생가능 에너지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재생 에너지 보급에 저렴하고 장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구조 확립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건 DMOF1이라는 물질. DMOF1은 탄소 기반 분자에 의해 결합된 금속 이온이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금속 유기 구조체 MOF 일종이다. MOF는 다공질로 다공성 배위 고분자 PCP라고도 한다.
DMOF1에 빛을 강하게 흡수하는 성질을 갖는 아조벤젠(azobenzene) 분자가 갇혀 있는 것에 주목한 연구팀은 실제로 DMOF1를 자외선에 노출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DMOF1 아조벤젠 분자가 MOF에서 변형, 탄성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또 DMOF1가 얼마 동안이나 에너지를 흡수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추가 실험을 한 결과 DMOF1는 적어도 4개월 동안 에너지를 축적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연구팀은 DMOF1이 카이로를 발열시키는 상변화 재료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면서 카이로를 반복 사용하려면 재가열이 필요하지만 DMOF1은 태양으로부터 직접 자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밝혔다. 더구나 전자 부품과 자동차 부품이 필요 없기 때문에 태양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빛 에너지를 저장하고 특정 상황에서 빠르게 방출할 수 있는 아조벤젠 분자 같은 물체는 포토스위치(Photoswitch)라고 한다. 포토스위치로 태양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취급이 어렵고 에너지 보존 기간도 몇 시간에서 며칠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실용화 전망은 어려웠다. 하지만 MOF는 고체이기 때문에 보관이 용이하고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기간도 4개월로 충분해 DMOF1은 미리 축적한 태양 에너지를 겨울에 방출할 수 있는 난방 등에 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접근 방식은 MOF 구조와 안에 가두는 분자를 바꾸는 것으로 이런 소재에 새로운 활용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포토스위치를 포함한 결정상 소재는 결정 구조에서 포토스위치가 정연하게 배치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난방 외에도 데이터를 저장 매체 등 용도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또 약을 물질에 가두고 빛과 열을 트리거로 삼아 체내에서 방출하는 캡슐 같은 방법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DMOF1가 장기간에 걸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한 결과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른 MOF 구조로 큰 에너지 저장 능력을 가진 결정상 소재 연구를 진행해나갈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