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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헤드셋으로 90년대 세가VR 게임을…

1993년 발표했지만 실제 제품화에 이르지 못한 세가 가상현실 헤드셋인 세가VR(Sega VR) 게임 자료와 소스 코드가 발견되면서 재구성, 요즘 가상현실 헤드셋에서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공개됐다.

세가VR은 비공개 비밀 프로젝트가 아닌 1993년 여름 CES 기간 중 공개된 것이다. 당시 게임 잡지에 많은 기사가 게재됐고 불과 199달러라는 야심찬 가격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생산에 이르기 전에 출시는 중지됐다. 당시 세가 USA 사장이던 톰 칼린스키는 후일 인터뷰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기분이 나빠졌고 심한 멀미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비디오 게임 역사 재단 VGHF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이번 복원 작업은 게이밍 알렉산드리아(Gaming Alexandria) 딜런 맨스필드가 당시 CD-ROM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누클리어러시(Nuclear Rush)라는 표준 메가드라이브/제네시스에 연결하게 설계한 헤드셋 시스템용 소프트웨어 4개 중 하나라고 한다.

이번 보고에선 멀미가 어디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지도 부분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나는 화면 재생 빈도가 낮다는 것이다. 요즘 가상현실 헤드셋인 오큘러스 퀘스트2 등은 기본 72Hz지만 세가VR에선 불과 15Hz였다는 것이다.

또 세가VR은 사용자 머리 움직임은 좌우 회전과 기울기만 가능하고 앞뒤 축 회전은 감지되지 않는 3DoF여서 사용자는 앉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참고로 요즘 하이엔드 VR은 위치 이동을 포함한 6DoF를 지원한다.

VGFH 측은 원래 게임 프로그래머들이 실물 헤드셋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많이 했고 오픈VR(OpenVR)을 지원하는 제네시스 에뮬레이터에 세가VR 동작을 소스 코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3D 멀미를 완화하면서 재현햇다. 해당 영상을 공개하는 동시에 실제로 윈도10 PC와 가상현실 헤드셋, 에뮬레이터와 ROM 세트가 다운로드 가능해지고 있다.

복원된 누클리어러시는 2D 스프라이트와 팔레트로 이뤄진 고전적인 3D 탱크 게임이다. 이미 동시대 슈퍼패미컴용 스타폭스나 메가드라이브용 버추얼레이싱에선 연산칩을 추가해 초보적인 다각형이 움직였지만 이와는 상황이 달랐던 것. 어쨌든 시대를 앞서 나간다는 진부한 문구를 달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출시했다면 건강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만큼 출시를 단념한 건 현명했을지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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