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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실리콘·애플원에 숨겨진 스티브 잡스의 야망

10월 5일은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전 CEO는 56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망한지 9년이 된 날이다. 2011년 이후 1년이 지날 때마다 애플 CEO 팀쿡은 고인을 추모하는 트윗을 올려왔다. 2019년에는 애플이 가진 가장 귀중한 자원은 시간이라며 스티브잡스를 언제나 잊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은 지난 6월 맥용 자체 개발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도 잡스가 남긴 숙제라고 밝히고 있다. 맥용 프로세서 전환은 이번이 3번째. 초대 맥은 모토로라 6800 계열 CPU였지만 1990년대 IBM과 모토로라가 공동 개발한 파워PC(PowerPC)로 이행했고 2000년대 인텔 CPU로 전환한 바 있다.

인텔 계열로 전환한 이유는 파워PC 성능이 한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3GHz 클록 주파수는 좀처럼 실현되지 않고 발열량이 높아 맥 노트북에 탑재하는 건 비현실적이었다.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인텔 칩으로 갈아탄 것이다.

하지만 칩 개발사에 의존한 개발 일정이나 성능 면에서 제약을 받는다는 걸 해소할 수는 없었다. 잡스는 2008년 WWDC 기조연설에서 아이폰3G를 발표한 뒤 인수한 저전력 칩 설계 기업인 PASemi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SoC를 설계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2년 뒤 실제로 아이폰4 첫 자체 개발 칩인 A4를 채택한 이후 애플은 매년 새로운 SoC와 신형 아이폰을 묶어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애플실리콘으로 전환하는 건 애플이 맥 개발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모두 애플 작품화하는 게 잡스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올해는 아이패드 10주년이기도 하다. 잡스 스스로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이에 제3의 카테고리가 없을까 고민했다며 초대 아이패드를 꺼내 태블릿을 세계에 뿌리내리게 할 첫 걸음을 내디뎠다. 만일 아이패드가 없으면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스테이 홈(STAY HOME)도 어려워진다. 인류의 문명도 정체되어 있었을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증명서 직업란에는 불세출의 기업가로 적혀 있다. 초대 맥이나 아이패드, 아이폰 등은 잡스의 존재와 열정 없이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물론 독특한 감성(?) 탓에 이상적인 상사라고 말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주 90시간을 기꺼이 일하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독단적인 면이 강했지만 그는 애플에 복귀하자마자 너무 늘어나 있던 맥 라인업을 재구성하고 운영체제 라이선스를 폐지하는 등 그야말로 대청소를 단행해 체질을 개선하기도 했다.

애플 창업 이후 잡스는 비즈니스로 세상을 바꾼 셰익스피어 같은 중요한 인물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짜거나 엔지니어도 아니ᄋᅠᆻ지만 그가 세상을 바꿀 수 있었던 건 거물이 되고 싶다는 야심이 원동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킨들 앱에서 전자책을 구입하지 못하고 새로 산다면 웹브라우저를 통해야 한다. 2011년 초반까지 가능했던 걸 할 수 없게 된 건 당시 애플 내부 이메일이 미 하원청문회에서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임원인 필 쉴러가 당초 아마존에 대한 특례를 마련했지만 잡스는 iOS 장비 내 유일한 서점은 아이북스(iBooks)가 될 것이라고 말해 당시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아이북스를 주요 전자팩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보였다.

이런 모두를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통합하려는 지향점은 지난 9월 발표된 구독 플랜 애플 원(Apple One)으로도 알 수 있다. 사망 9년이 지난 지금도 잡스의 야망은 애플이 나아갈 길을 비추고 있는지 모른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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