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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간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를 이기다

2020년 8월 18일 고등연구계획국 DARPA가 전투기 F-16에 탑재한 AI 시스템 대회를 열었다. 이 중 가장 성적이 좋았던 AI가 베테랑 미 해군 조종사와 시뮬레이터에 의한 모의 전투를 5회 실시한 결과 5연승을 했다. 이 결과에 대해 미 해군 비행단 사령관을 맡고 있는 콜린 프라이스(Colin ‘Farva’ Price)가 AI 파일럿이 인간 파일럿보다 뛰어난 점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끈다.

미 해군 조종사는 BFM(Basic Fighter Manuva)이라고 불리는 공중 전투용 훈련을 매일 받는다. BFM 조종사가 육체적으로 힘든 3차원 공간에서 적과의 위치 관계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전투기를 적극적으로 조종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무기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한 뒤 무기를 발사하는 트리거를 당길 필요가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도 교육한다. 콜린 프라이스는 역동적이고 스트레스 환경이 더 나은 전투기 파일럿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조종사가 적과 마주하는 상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만일 전장에서 적과 조우하면 목표는 단 하나다. 적이 쏘기 전에 첫 발로 적을 패배시키는 것이라며 훈련과 실전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의 전투 훈련에서 2기가 접촉해 즉시 교전해도 어느 쪽이 명확하게 승자라고 할 때까지 공중전이 계속된다. 또 서로 조종사 훈련 결과 영상을 보면 처음으로 치고 받는 과정에서 서로 날개와 엔진이 총알에 스쳤다는 걸 알 수 있다. 모의 전투에서 스쳤다고 할 만큼 실전에선 미사일 충격으로 날개와 엔진이 손실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모의 전투 결말이 실전과 같은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전투기 조종사에게 진정한 스포츠는 기관총 만을 이용한 BFM 교전 훈련이라는 것이다. 기관총만 BFM 교전 훈련은 조종사가 전투기 연료 소비를 생각하면서 다양한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 조종사는 상대방 움직임에 맞춰 항상 2∼3가지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다고. 기관총만으로 이뤄진 BFM 교전 훈련은 공중 체스다.

DARPA 대회에서 열린 AI 조종사와 인간 조종사간 모의 전투도 기관총만으로 이뤄진 BFM 교전 훈련이다. 그는 모의 전투에선 3가지 측면에서 AI가 인간보다 우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첫째는 정확한 기관총 사격.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파일럿 전투기 총 수에 작동하는 평면이나 상대방과의 거리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상대방을 정면으로 파악할 때 사격이 유효한 시간은 불과 3초라는 것. 조종사는 3초 이내에 상대방 추적과 평가, 정신 집중을 하고 또 상대방에 충돌하면 이를 피하는 움직임도 게산하면서 방아쇠를 당길 필요가 있다. 하지만 DARPA 대회에서 우승한 방산기업 헤론 시스템즈(Heron Systems) AI는 이 계산을 순식간에 끝내 버렸다. DARPA에 의해 만들어진 5회 모의 전투에선 AI에 의한 유효 슈팅이 15차례였던 반면 인간 조종사에 의한 유효 슈팅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둘째는 효율적인 비행. 전투기에서 연료는 생명줄 그 자체다. 연료 소비를 가능한 한 적게 쓰면서 비행 조종사는 조종석에 있는 기기에서 기체 각도와 최고속도, 중력 가속도를 확인해야 하며 베테랑 파일럿에게도 항상 연비를 최대로 유지하는 건 어려운 일라는 것. 하지만 AI에게 이런 데이터 처리는 숙달이며 필요에 따라 전투기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효율적인 비행을 실현한다.

셋째는 생리적 한계 해방이다. AI와 인간 모의 전투에서 5차전은 마지막으로 서로를 쫓는 동안 동그라미를 그리는 듯한 공중전이 전개됐다. 이 때 현실이라면 파일럿 몸에는 9G 중력 가속도가 걸릴 수 있다. 9G는 중력 가속도에 견디는 조종사는 다리와 복부 근육에 상당한 힘이 가해지면서 조종에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간은 항공기 성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AI는 얼마나 G가 걸려도 아무런 영향 없이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고 인간 육체로 불가능한 궤도로 날 수 있다.

그는 이미 AI를 조종석에 탑승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AI가 전투기 조종사로 배포되는 건 머지 않은 미래로 예상했다. 이제 할아버지는 해군에서 최고 파일럿이었다는 얘기는 꿈같은 것일 수 있다. 또 이번에는 시뮬레이터에 의한 모의전투지만 자율무인기를 이용한 실제 공중전은 2021년 열릴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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