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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시작한 ITER, 핵융합은 인류를 구할까

프랑스 남부 지역에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건설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원자로는 원자폭탄에 사용한 것과 같은 핵분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상응하는 위험이 존재했다. 반면 ITER은 원자로이면서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다. 만일 ITER가 성공하면 인류는 화석연료를 점화하지 않고도 핵폐기물 처리에 고생하지 않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ITER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 EU, 일본 등 7개국이 참여한 초대형 국제 프로젝트로 2025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ITER는 라틴어로 길을 의미한다.

ITER는 석유나 핵분열에 의지하지 않는 미래를 꿈꾸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세계에서 실행 중인 원자로는 450기. 모두 핵분열 반응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 반면 ITER는 핵융합 반응을 목표로 한다. 같은 원자력이라도 이런 차이는 크게 과학자들은 몇 년 동안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재현하려고 시도했다. ITER는 이 같은 시도를 처음으로 대형화한 것이다.

핵분열과 핵융합의 차이점은 핵분열 원자로는 개발부터 실현까지 몇 년이었지만 핵융합 원자로는 60년 이상 지난 지금도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핵융합 쪽이 훨씬 더 기술적으로 어렵다. 핵분열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방사성 원소에 중성자를 부딪쳐 핵분열 연쇄를 일으키는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 반응을 제어하면서 행하는 게 원자로에서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게 원자폭탄이다.

원자로가 붕괴하는 위험 수반 외에도 대량 방사성 폐기물을 내버리는 문제도 안고 있다. 또 핵분열 반응에 사용되는 우라늄 채굴이 환경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선 우라늄 채굴이 나바호족 땅의 물을 오염시켜 건강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만해도 핵 쓰레기 9만톤이 갈 곳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한다. 건강 피해와 환경오염을 초래한 핵분열 반응에 회의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다. 대량 방사선 물질을 퍼뜨리는 위험 외에도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빼앗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융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하는 반응을 통해 융합했을 때 큰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핵융합은 별 중심핵에서 만들어진 에너지의 근원이다. 태양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났을 때 태어난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빛난다. 별의 중심에서 일어난 걸 지구상에서 재현하면 1억 5,000만도라는 초고온 환경이 필요해진다. 물질은 1만번 이상 가열하면 플라즈마라고 불리는 제4상태가 원자핵과 전자가 뿔뿔이 흩어진다. 1억도 이상 가열, 원자핵이 빠르게 날아다닌다. 이 상태가 처음 원자핵끼리 엄청난 속도로 충돌하고 합체해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그러니까 핵융합이 일어나는 것이다.

1억도로 가열된 플라즈마라고 하면 위험한 느낌이 있지만 이 플라즈마는 초전도 자석에 의해 갇히기 때문에 외부에 유출 염려는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핵융합 반응은 원자로가 붕괴될 위험 없이 우라늄을 필요로 하지 않고 필요한 건 물과 리튬 뿐 지구 온난화 관련 가스를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선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같은 에너지량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면적은 훨씬 작아도 있다. 또 지금까지의 원자로처럼 반감기간이 긴 방사성 폐기물과 원전사고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

ITER은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핵반응시킨다.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걸 이용하며 삼중수소는 자연에 존재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리튬에서 만들어낸다.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리튬과 물의 양을 채굴 산업 등에 비하면 미미하다. ITER가 연간 소비하는 연료 총량은 250kg이라고 한다. 중수소를 꺼낸 해수는 대부분이 수원에 리턴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다만 ITER에 대한 우려는 환경 부하가 아니라 안전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핵분열 반응과는 다르지만 핵융합 반응 역시 핵반응이다. 따라서 소량이라도 핵 쓰레기가 생기는 건 피할 수 없다. 핵 쓰레기가 발생할 때마다 쓰레기 부담을 둘러싼 불평등이 있어날 수 있다는 것. 핵융합로에 관해선 믿을 수 없는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비용 면에서도 제대로 눈을 돌리고 해당 영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핵융합로를 만들기 전에 먼저 핵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공정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역사상 핵 쓰레기 문제가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너무 무거운 부담을 강요해온 건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ITER는 지속 가능한 인류 발전을 지원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 실험 단계지만 ITER가 성공하면 석유 연료에 의지하지 않는 발전이 가능하게 되어 지구 온난화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모르고 핵분열 원자로와도 이별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핵융합은 기술에 불과하며 기술만으론 인류를 구원한다. 온난화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깨끗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동시에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새로운 생활 양식이 몸에 붙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핵융합에 필요한 리튬은 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채굴된다. 현지 원주민 사이에선 채굴이 필요한 대량 수자원과 토양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연못이나 하천에선 지하수가 고갈될 것이다. 평화 목적 핵융합 에너지조차 큰 비용을 안고 있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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