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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 성공으로 태어난 기업용 시뮬레이션 게임

1989년 등장한 도시 계획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시티(SimCity)는 최신작이 2013년 공개되는 등 지금도 인기가 높은 시뮬레이션 게임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이런 심시티 개발을 맡은 맥시스는 심시티 성공으로 기업에 전용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기도 했다.

심시티는 실제 도시 계획 개념에 관한 연구에 영감을 받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심시티 개발자 윌 라이트(William “Will”Ralph Wright)는 한 인터뷰에서 카오스 이론과 다른 많은 걸 위해 초기에는 예측 시도로 시뮬레이션에 접근하는 건 절망적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심시티는 항상 도시 구조를 모방한 것이며 도시의 실제 동작 모델은 아니라고 말했다. 심시티가 도시 계획에 근거를 둔 것이지만 정확하게 시뮬레이션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게임으로 즐기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인 것.

그는 1999년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건 심시티를 보다 현실적인 시뮬레이터화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더 정확하게 작동하는 도시 개발 시뮬레이터를 개발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역시 많은 이들이 심시티의 프로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심시티 개발을 맡은 맥시스는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2∼1994년까지 맥시스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부문은 고객 요구에 응하는 형태로 더 기업을 위한 본격적인 시뮬레이터 개발을 하고 있었다. 이후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부문이 개발한 전문가용 시뮬레이터는 기업이 직원 교육에 사용하거나 백악관까지 도입하게 됐다.

맥시스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부문이 개발한 시뮬레이터 대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공개 게임 등을 다루는 게임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이 시뮬레이터를 소개하고 있다.

심시티 등장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1989년 등장한 심시티의 성공은 의외였다. 출시 2년간 5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했고 맥시스 회사 규모는 3배까지 커졌다. 하지만 당시 맥시스 직원은 32명 밖에 되지 않았고 공동 창업자인 제프 브라운 CEO가 매니저 겸 재무 직원 역할까지 혼자 담당하던 상황이었다.

또 심시티가 도시 계획에 대한 생각에 미친 영향은 굉장했다. 1990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민주당 예비 선거에선 현지 언론이 시장 후보에 심시티를 플레이시켜 당선 후 도시 계획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시장 후보 중 1명은 심시티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해버렸고 이게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정도였다. 따라서 심시티는 현실 시뮬레이터로도 충분히 기능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윌 라이트는 심시티를 현실 세계 일부를 이해하기 위한 멘탈 모델 구축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시뮬레이터로 받아들여진 건 그의 의도대로엿다고 한다. 맥시스는 심시티 성공에 이어 개미 생태를 시뮬레이션하는 게임인 심앤트를 개발했다. 맥시스가 심시티와 심앤트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한 건 도시 계획과 개미 생태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이해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뉘앙스를 이해하지 않고 맥시스는 현실 세게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잇는 시뮬레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따라서 맥시스와 윌 라이트는 사람들로부터 심시티 프로 버전은 왜 개발하지 않냐는 말을 듣는 처지가 됐다. 윌 라이트는 한 인터뷰에서 심시티를 내놓고 첫 몇 개월간 많은 기업이 시뮬레이터를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제의를 거절했지만 지금도 이런 제안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어느 시점에선가 요청이 너무 많아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험해보기로 했다면서 처음에는 계속 거부하던 기업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는데 착수했다는 걸 밝혔다. 맥시스는 기업을 위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델타로직(Delta Logic)이라는 기업을 인수했다. 이 기업을 새로운 사업 부문인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부문으로 삼은 것이다.

비즈니스 시뮬레이션 부문이 처음 개발한 건 석유 정제 공장을 시뮬레이션하는 심리파이너리(SimRefinery)다. 심리파이너리는 석유 관련 기업 셰브론이 직원에게 복잡한 공장 업무를 가르치는 걸 알려주는 시뮬레이션 제작 의뢰에 따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셰브론 정유공장 업무를 정확하게 직원에게 전달하기 위해 심파이너리 제자을 의뢰한 건 아니고 공장 작업 공정이 어떻게 기능, 연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계획한 것이다.

정유공장 운영자는 공장 1개와 작업 1개에 집중하기 쉬운 경향이 있고 그 결과 공장이나 다른 계열 공장에 어떤 영향이 나올지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셰브론은 심시티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이용해 운영자가 공장이 어떻게 연동해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시키는 걸 목표로 맥시스에 석유 정제공장 시뮬레이션 게임 제작을 의뢰했다.

셰브론 정유공장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토타입 개발을 위해 맥시스에 7만 5,000달러를 지불했다. 또 부연하자면 이 게임 개발은 맥시스가 델타로직을 인수하기 전 단계에서 시작된 것이다.

게임 개발에 맞춰 개발팀은 리치몬드 셰브론 정유공장을 방문해 공장 견학에 참여하고 공장 전체가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설명해줄 전문가를 만났다. 심리파이너리 개발에는 심시티 코드가 그대로 이용되고 있으며 여기에 석유 정제공장에서 입수한 계산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게임 시뮬레이션은 가능하면 단순화되고 어디까지나 석유 정제공장 전체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지 석유 정제공장 동작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심리파이너리는 원료 투입량을 변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등급 오일을 다양한 가격으로 생성할 수 있다. 또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거나 공장을 일주일 멈추면 전체 수입이 줄고 또 유지보수에 돌릴 예산이 부족해지는 것 같은 요소도 포함했다. 이 게임의 목적은 정유공장 수익성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해 정기적으로 부지런히 공장이 좋아지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 심리파이너리는 게이머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 데이털르 프로그램이 경험이 없는 사람이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심시티와 심앤트 같은 상업용 게임처럼 작동한다. 또 게임을 망쳐 버리는 방법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 균형을 무너뜨리면 최악의 경우 공장이 폭발하기도 한다.

개발된 게임에 대해 셰브론 직원 대부분은 기존 교육 도구와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한다. 심리파이너리는 1992년 10월 26일 셰브론에 정식 납품됐다. 셰브론은 9월 시점 직원이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으며 마케팅 직원과 재무부서 직원간 커뮤니케이션이 극적으로 개선됐다는 보고를 거론하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은 심리파이너리지만 그래도 셰브론 사내에서 널리 쓰인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심리파이너리는 엔지니어링 업계에 조용한 붐을 일으켰고 UC데이비스 화학공학부 교수는 1993년 컴퓨터 연구소에서 심리파이너리를 상용하고 싶다고 밝히고 1997년 실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셰브론 사내에서도 나중에 심리파이너리가 주목받았고 직원 중에선 맥시스에 심리파이너리를 업데이트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2016년 시점에는 미확인 정유공장에서 심리파이너리가 사용되고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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