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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만든 680억곡 멜로디, 저작권 프리 성립할까

저작권에 정통한 변호사이자 프로그래머, 음악가이기도 한 데미안 릴이 680억 곡 이상, 600GB가 넘는 멜로디를 알고리즘으로 작곡해 모두 어떤 권리도 보유하지 않고 공개하는 CC0(Creative Commons 0) 라이선스로 공개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권리 관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노래가 특정 멜로디를 닮았다고 거는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피고가 되는 아티스트가 복제하는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는 무의식적으로 원본 콘텐츠를 침해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뮤지션이자 프로그래머 동료인 노아 루빈과 함께 예술가의 창조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저작권 소송을 그만두고 알고리즘으로 멜로디를 생성하고 CC0으로 공개하는 걸 고민하게 된다.

이들은 멜로디의 유한성을 판단하기 위해 1옥타브라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8비트, 12비트 멜로디를 기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알고리즘은 해커가 암호를 추측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차별 대입 공격과 기본적으론 같은 동작을 초당 30만 패턴으로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깃허브에 공개하고 있다. 또 687억곡, 600GB 이상 멜로디 데이터세트는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공개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한 멜로디는 음표를 단순 숫자로 설명하는 미디 형식으로 출력된다. 프로젝트의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이 생성한 멜로디를 CC0 라이선스로 배포하고 있다. 일부에선 비록 CC0 라이선스 멜로디를 공개해도 이게 퍼블릭 도메인으로 인정받게 될지 여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공개는 정부 저작물인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한 것이며 법적으로 대부분 저작권이 소멸되지만 저작 인격권은 보호된다. 반면 저작 인격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 포기를 선언한 CC0는 라이선스로는 한없이 퍼블릭 도메인에 가까운 저작 인격권을 포기한 것으로 오히려 퍼블릭 도메인보다 자유롭게 타인이 저작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CC0는 저작 인격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라이선스지만 궁극적으론 국가 법률에 의해 면제가 인정될지 여부가 판단된다. 또 라이선스가 바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건 아니다. 스페이스X가 CC0 라이선스로 공개했다가 공식 사진은 CC2.0으로 바꾼 일도 있다.

다시 말해 CC0 라이선스로 공개하겠다고 선언을 해도 법적으로 퍼블릭 도메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론 상당히 미묘한 존재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공개 도메인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이들의 멜로디가 법정에서 무기로 작동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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