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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체온은 지난 200년간 감소하고 있다

감기에 걸린 것 같으면 우선 체온계로 자신의 체온을 측정한다. 38∼39도라면 확실히 열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37도 전후라면 미열인지 보통 체온이 높은지 미묘하다. 판단하려면 평소 자신의 체온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스탠포드대학 의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인간의 체온이 200년 전부터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데이터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온도 표기에 보통 °F를 이용하는 미국에선 인간의 보통 체온 기준은 98.6도 그러니까 섭씨 37도다. 이에 대해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옛날부터 보통 체온은 37도라는 상식을 배우면서 자랐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우리 체온은 사람이 생각해 결정하는 온도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원래 37도가 보통 체온이라는 생각은 1851년 독일 의사 칼 분더리히가 정한 것이다. 보통 체온이 37도라는 기준은 150년 이상 사용됐지만 실제로는 36.6도라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37도라는 숫자가 보통 체온으로 설정된 건 단순한 측정 오류와 편견이 아니라 역사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보고 지난 200년간 평균 체온 추이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에는 3가지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이용했다. 첫째는 남북전쟁 북군 퇴역 군인의 병역 의료 기록, 연금 기록에서 추출한 1860∼1940년까지 데이터. 둘째는 1971∼1974년에 걸쳐 진행된 1회 국민건강영양조사 NHANES I 데이터, 셋째는 2007∼2017년 스탠포드대학 부속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성인 환자 데이터다. 보통 체온을 측정에서 당시 의료 기록에 열이 있다고 적힌 환자 데이터는 뺐다.

모두 67만 7,423명 분량 체온을 분석한 결과 2000년대 태어난 남성의 평균 체온은 1800년대초 태어난 남성 평균 체온보다 섭씨 0.59도 낮았다고 한다. 또 2000년대에 태어난 여성 평균 체온은 1890년대 태어난 여성 평균 체온보다 섭씨 0.32도 낮았다.

연구팀은 체온계 정확도 향상으로 측정 결과가 낮아졌을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지만 동시대에 동등한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세트 내에서도 해마다 체온이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오차와 편견에 의한 가능성은 부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평균 체온이 매년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 의료 발전과 위생 상태 개선, 생활수준 향상에 의해 지난 200년간 공중 보건이 극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간이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되면 체내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이 때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은 체온을 상승시키는 작용이 있다. 다시 말해 위생 환경이 나빴던 200년 전 인체 각 부분에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이 많이 평균 체온이 조금 높았다는 것이다.

또 중앙난방이나 에어컨 등 방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생리현상 일환으로 체온이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일이 줄어든 것도 체온 저하 요인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생리적으로 현대인은 과거인과 전혀 다르다면서 집 온도와 미생물과의 접촉, 음식 등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인간은 생리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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