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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온다면…

바나나는 전 세계에서 사랑 받으며 연간 80억 달러 규모 산업을 지탱하는 작물 중 하나다. 바나나는 매년 전 세계에서 1,000억 개 이상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바나나 품종 중 가장 잘 재배되는 캐번디시(Cavendish)가 당장이라고 멸종해버릴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캐번디시 품종은 수술과 암술을 이용한 유성 생식이 아니라 묘목에서 성장시킨 영양 생식 재배다. 영양 생식의 경우 성장 개체는 동일 개체를 복제하기 때문에 병원균 하나에 대해 속수 무책으로 모든 개체가 멸종해버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캐번디시 종의 가장 심각한 위협은 2가지 종류 병원균이라고 지적한다.

이 중 하나는 붉은곰팡이(Fusarium)라는 곰팡이 일종. 이 균은 바나나 뿐 아니라 토마토와 오이, 참외, 딸기, 호박 등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이기도 하다. 원래 캐번디시 종은 한때 주류였던 그로 미셸(Gros Michel) 종이 붉은곰팡이에서 비롯된 병에 치명적 타격을 받은 걸 계기로 개발한 품종이다. 붉은곰팡이에 내성을 갖게 품종 개량한 것. 따라서 20세기 중반부터 그로 미셸에서 캐번디시로 바뀌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을 수 있는 인기 바나나 품종이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새로운 붉은곰팡이 균에 의한 질환이 확인된다. 이 새로운 박테리아는 줄기에 침입하면 식물의 물 공급을 차단하고 결국 고사시켜 버린다. 효과적인 대처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토양 포자를 제거하려면 토양을 통째로 소독해야 한다. 농장 토양이 오염되어 버리면 질병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한다.

새로운 붉은곰팡이 균은 호주 동부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대만 바나나 농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만일 수출량이 높은 에콰도르에 이 균이 퍼진다면 캐번디시 종 재배는 사실상 종말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번디시 종에게 또 다른 위협은 자낭균류(Mycosphaerella fijiensis)다. 자낭균류에 감염되면 잎이 검게 변색되는 질병을 앓고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자낭균류는 공기로 감염되는데 기후 변화 탓에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감염 위험이 1960년대보다 50%나 올랐다고 한다. 감염은 살균제 살포 등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소독제에 내성을 가진 균도 확인됐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재배 품종이 한 가지 종에 치우친 현재 바나나 재배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여러 종류의 바나나를 재배하고 품종 개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바나나는 대규모 농자에서 재배하고 대량 인원이 수확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다양한 작물과 함께 작은 농장에서 재배하면 가격은 오르지만 농장의 풍부한 다양성이 병원체에 대한 회복력을 주고 농약도 소량으로 그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속 불가능한 농업 시스템 전체에서 캐번디시 종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참사를 예견해 다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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