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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로 생사 고비 넘긴 아기

희귀병을 앓고 있던 생후 9개월 반 된 남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통해 생명의 위기를 극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생후 9개월 반인 KJ 말둔(KJ Maldoon) 군은 130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 질환인 카르바밀인산합성효소 결핍증(CPS1 결핍증)을 앓고 있었다. CPS1 결핍증은 단백질 대사 부산물인 암모니아를 체외로 배출하지 못해 뇌에 암모니아가 축적되면서 궁극적으로 뇌 손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이 질환을 가진 아기 중 절반은 생후 1주일 이내에 사망하며 살아남더라도 심각한 지적 장애와 발달 장애가 남고 결국 간 이식이 필요하게 된다.

아기는 생후 불과 1주일 만에 CPS1 결핍증 진단을 받았고 즉시 치료가 시작됐다. 담당 의사는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지시했고 혈중 암모니아를 제거하는 약물인 글리세롤 페닐부티레이트도 투여됐다. 그럼에도 아기는 여전히 뇌 손상이나 사망 위험이 높았고 감염병 등에 걸릴 경우 암모니아 수치가 급격히 상승해 되돌릴 수 없는 뇌 손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의료진은 아기에게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실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전자 변이를 정확히 수정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정맥 주사를 투여했다. 이 주사 투여 2주 이내에 아기는 건강한 아기와 같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첫 번째 주사에서는 암모니아 제거와 관련된 DNA 변이를 수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여전히 암모니아 제거 약물을 복용해야 했다. 2번째 주사 이후에는 약물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고 그 사이 바이러스성 질환에 걸렸음에도 생명의 위기를 넘겼다.

아기는 지금까지 모두 3차례 주사를 맞았으며 아직 암모니아 제거제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약물 복용량은 크게 줄었고 바이러스 감염에도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으며 발달 상황 또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 향후 간 이식을 피할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한다.

아기에게 시행된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는 5월 15일 미국 세포유전자치료학회 연례 학회에서 연구 성과로 발표됐다. 같은 날 종합 의학 학술지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도 관련 논문이 게재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3,000만 명 이상이 7,000종이 넘는 희귀 유전 질환 중 하나를 앓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기업이 수년에 걸쳐 비용을 들여 치료법을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

아기가 받은 치료는 연방 정부 자금 지원 아래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된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는 기업이 고비용 장기 개발과 시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아기가 앓는 CPS1 결핍증은 인간 게놈 30억 개 DNA 염기 중 단 하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를 수정하려면 염기 편집(Base Editing)이라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 정밀하게 표적을 겨냥해야 한다.

치료에 사용된 약물에는 세포가 유전자 편집 효소를 생성하도록 지시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성분은 혈류를 통해 간으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분해되지 않도록 지질 나노입자(LNP)로 감싸져 있다. 또 CRISPR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DNA를 따라 이동하면서 수정이 필요한 DNA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도록 조정되어 있다.

이번 치료에서 사용된 CRISPR는 아기 유전자 변이만을 식별하도록 맞춤 설계됐다. 하지만 이 기술은 다른 부위 유전자 변이도 수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는 개인 맞춤 유전자 편집 치료에 대해 치료 비용이 최소 한 자릿수는 낮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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