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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005년에 엔비디아를 단돈 200억 달러 인수 검토했다

엔비디아는 주로 GPU에 특화된 대형 반도체 제조사로 AI 시장 확대와 함께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조 4,4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지만 인텔은 2005년 엔비디아를 단돈 200억 달러에 인수하는 것을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5년 당시에는 아직 AI 붐 조짐이 보이지 않았으며 엔비디아는 단순히 컴퓨터 그래픽스에 특화된 GPU 제조사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는 주로 게이머용 기기에서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부터 석유와 가스 탐사와 같은 고도의 병렬 처리가 필요한 일부 계산 분야에 GPU를 적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당시 인텔 CEO였던 폴 오텔리니는 엔비디아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자는 제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오텔리니 씨를 포함한 일부 인텔 임원은 GPU 기초가 되는 설계가 데이터센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최종적으로 AI 시스템을 지배하는 접근방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사회 논의에 정통한 인물 2명에 따르면 이사회는 이 인수 계획에 반대했다고 한다. 당시 인텔은 기업 인수 실적이 부족했던 데다 200억 달러라는 금액은 인텔에게 가장 고액 인수가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사항이었다. 결국 이사회 반대에 부딪힌 오텔리니는 인수 계획을 철회했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물은 이게 운명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엔비디아는 AI용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3조 4,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면 인텔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를 밑돌고 있으며 일부 기술 기업과 투자자는 인텔이 잠재적인 인수 대상이 될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선 20명 이상 전직 인텔 매니저와 이사, 업계 분석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인텔은 기회를 놓치고 잘못된 결단을 내렸으며 실행력이 부족했던 게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인텔은 AI 칩 리더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여러 번 시도해왔지만 리더십이 인내심을 잃거나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가 중도에 중단됐다고 한다. 투자는 수익 기둥인 x86 아키텍처 칩 제조가 우선시됐고 새로운 칩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렸다. 인텔 리더도 x86 칩에 투자가 집중되어 다른 최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가 후순위가 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높은 이익률 때문에 방침 전환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엔비디아 인수 계획이 무산된 뒤 인텔은 그래픽스 분야에서 경쟁사를 앞서기 위해 코드명 ‘라라비(Larrabee)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라라비는 그래픽스와 인텔 PC용 칩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었으며 프로젝트는 당시 인텔 고위 관리직이었던 현 CEO 팻 겔싱어가 주도했다. 라라비에는 4년이라는 시간과 수억 달러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계획보다 지연됐고 그래픽스 성능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겔싱어가 2009년 퇴사하자 몇 개월 뒤 프로젝트가 종료됐다.

후에 CEO로 인텔에 복귀한 겔싱어는 인텔을 떠난 뒤에도 라라비 방향성이 옳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겔싱어는 자신은 라라비를 믿었다며 인텔이 프로젝트를 계속했다면 지금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를 재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인텔은 2016년 신생 AI 기업이었던 너바나시스템즈(Nervana Systems)를 인수하고 같은 회사 CEO였던 나빈 라오 하에서 AI 제품 개발을 진행했다. 라오 하에서 개발된 칩 중 하나는 페이스북에서 사용되는 단계까지 갔지만 2019년 라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텔이 하바나랩스(Habana Labs)라는 다른 AI 기업을 인수한 걸 계기로 라오는 인텔을 퇴사했다. 라오는 인텔은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었는데도 그것을 망쳐버리고 하바나랩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해서 2년이나 지체됐다고 말했다.

보도에선 최근 인텔이 NPU를 탑재한 노트북용 프로세서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를 발표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런 새로운 칩은 인텔 자사 공장이 아닌 TSMC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텔 제조 기술이 원인이며 제조를 위탁해 인텔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겔싱어는 지난 8월 열린 도이치뱅크 회의에서 AI 분야 경쟁에서는 엔비디아가 훨씬 앞서 있다며 인텔이 안고 있는 다른 과제를 고려하면 곧바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줬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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