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소리를 내어 수를 셀 수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새도 높은 지능을 가진 사례가 있다. 오랫동안 새가 말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여겨져 왔지만 새 발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울음소리로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게 밝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콘라트 로렌츠 행동·인지연구센터 소장이자 생물학자·조류생태학자인 소니아 클라인돌퍼 박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학부생이었을 당시 울새류는 수컷이 울고 암컷은 울지 않는다. 암컷이 운다면 그건 뭔가 실수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 호주 플린더스 대학 연구직에 취임해 울새류 암컷도 운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 새 발성에 관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클라인돌퍼 박사는 굴뚝새 둥지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해 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굴뚝새 암컷은 둥지에서 알을 품으면서 자장가처럼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 속에서 배아 상태인 새끼 새는 귀가 발달하지 않아 소리를 들을 수 없을 텐데 클라인돌퍼 박사는 왜 포식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알을 품고 있는 암컷 울음소리와 새끼 새가 부화한 후 내는 조르는 소리를 비교해보니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됐다.
새끼 새가 조르는 소리는 자란 둥지에 따라 달랐다는 점에서 새는 알 속에서 어미 소리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알을 다른 둥지로 옮기는 실험에서는 부화한 새끼 새가 유전적 부모가 아닌 둥지의 부모 소리를 모방한다는 것도 확인됐다.
클라인돌퍼 박사에 따르면 울새류는 아버지로부터 울음소리를 배운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이는 패러다임 전환이었다고 한다. 그 후 같은 과정이 많은 울새류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동물이 다른 울음소리를 구분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건 1970년대 도로시 체이니와 로버트 세이퍼스가 케냐에 서식하는 사바나원숭이에 대한 야외실험에서 확인했다. 실험에서는 사바나원숭이가 독수리, 뱀, 표범과 같은 다른 포식자에 대해 각각 다른 울음소리로 경계를 알린다는 걸 알게 됐다. 어린 개체는 대응하는 울음소리를 잘못 사용하기도 하지만 성장하면서 배워서 올바른 울음소리를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시베리아어치에서도 매가 가지에 앉아있을 때, 매가 날고 있을 때, 매가 먹이를 공격할 때 3가지 패턴으로 다른 울음방식이 있다는 게 확인됐다.
또 도쿄대학에는 이런 동물 울음소리와 제스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생존과 번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진화했는지를 탐구하는 세계 첫 동물언어학 분야 전문 연구실이 있다. 또 AI를 이용해 인간 이외 커뮤니케이션을 해독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