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행사의 사기와 건강은 혹독한 우주 환경에서의 임무와 직결된다. 일부 우주 비행사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우주에서 식사를 하면 맛이 싱겁게 느껴진다고 보고했는데 이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만한 연구가 발표됐다.
우주에서의 식사가 지구에서의 식사보다 맛이 덜하다는 문제와 관련된 기존 연구에서는 무중력 상태에서 체내 체액 흐름이 변화해 얼굴이 부어오르거나 코막힘이 발생한다는 점이 시사됐다. 다시 말해 감기로 코가 막히면 음식 풍미를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무중력이 후각이나 미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주정거장에 머문 지 몇 주가 지나면 몸이 무중력에 적응하지만 일부 우주 비행사는 무중력과 관련된 불편함이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음식 맛이 싱겁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우주 비행사가 필요한 영양소를 100%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보고됐으며 이는 앞으로 진행될 장기 우주 임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중력 외의 다른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RMIT) 연구팀은 멀미나 어지럼증의 병력이 없는 18~39세 성인 54명을 모집해 가상현실(VR)로 재현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다양한 향을 맡는 실험을 진행했다.
재현된 VR 환경에는 미세 중력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부유 물체와 답답함을 유발하는 장비들, 그리고 ISS 내에서 들린다고 보고된 큰 기계 소음을 모방한 배경 소음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인 실내와 가상 ISS에 있는 참가자에게 바닐라, 아몬드, 레몬 향을 맡게 하고 각각의 상태에서 느껴지는 향 강도를 1~5단계로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레몬 향은 지상과 우주 공간에서 차이가 없었지만 바닐라와 아몬드 향은 가상 ISS에 있을 때 더 강하게 느껴졌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레몬에는 포함되지 않고 아몬드와 바닐라에는 포함된 휘발성 향료 화합물인 벤즈알데하이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많은 참가자가 실험 중에 저~중간 정도 고독감을 느꼈다고 보고했으며 이 역시 향을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우주에 있으면 고독감과 고립감이 증가하는 게 음식 풍미를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고립된 공간에 있는 이들이 음식 향이나 맛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향에 대한 감각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휘발성 화합물이 상황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우주에서도 풍미가 유지되거나 우주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재료를 사용해 우주식의 맛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더 나아가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우주 비행사 뿐 아니라 지구에서 고립된 환경에 있는 이들의 식사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요양원 등 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에 있는 이들에 대한 식사를 개인화하고 영양 섭취 상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