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나이는 출생 연월일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역연령과는 달리 신체 세포와 조직 노화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나이를 말하며 역연령보다 신체 기능이나 질병 위험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생물학적 나이가 조부모 학력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드렉셀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등 연구팀이 발견했다.
동물이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세포 DNA 내 염기에 메틸기가 추가되는 DNA 메틸화 등 과정이 일어난다. 이 DNA 메틸화를 측정해 수명이나 만성질환 위험을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홀로코스트나 르완다 대학살 같은 트라우마적인 경험에 노출되면 생존자와 후손 DNA 메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졌다. 이에 연구팀은 조부모, 어머니, 손자 3세대에 걸친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경제적 요인 연관성을 조사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대상자는 조부모, 어머니, 손자 3세대에 걸쳐 있으며 어머니는 모두 9~10세 때 NGHS(National Growth and Health Study) 그러니까 전미 성장과 건강 조사에 참여한 여성이고 조부모는 그들의 부모, 손자는 여성 자녀였다. 연구팀은 여성이 37~42세가 됐을 때 다시 연락을 취해 2~17세 자녀 241명과 함께 타액이나 혈액 샘플을 수집하고 다양한 건강 상태와 기타 정보에 대해 조사했다. 참고로 조부모 학력은 NGHS 시점에 이미 수집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상자의 생물학적 나이와 사회경제적 요인을 분석한 결과 조부모 교육 수준과 손자의 생물학적 나이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손자 나이나 성별, 체질량지수(BMI), 어머니 건강 프로필이나 결혼 상태 등 요인을 통제해도 나타났다. 보도에선 손자의 생물학적 나이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는 인생 초기 단계에 있는 아이와 젊은이 이야기이며 그 차이는 나중에 더 커져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조부모 교육 수준과 손자의 생물학적 나이 관계성 중 14.5%가 어머니 학력이나 심혈관계 건강 상태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밝혀졌다. 연구팀은 조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손자의 생물학적 나이와의 연관성은 세대를 넘는 놀라운 발견이라며 이는 무수한 설명 가능성을 열어주며 재현 실험으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어머니의 대사 불량이 이 관계에서 부분적인 매개 요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녀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후대에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것을 인간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후손 건강을 형성하는 요인인 교육과 건강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건강에 대해 개인 책임을 너무 강조해 불건강을 그 사람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적으로 건강은 더 복잡한 것이며 유전이나 유전성 후성유전학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자신과 커뮤니티에 더 많은 친절과 배려를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