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 등 건물에 충돌해 죽는 새 수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과거 분석에서는 고층 빌딩 등 건물에 충돌해 그 자리에서 죽은 새만을 충돌사로 간주해 왔지만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는 10억 마리 이상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한다.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된 논문에서 저자는 이 10억 마리 단위 차이 원인에 대해 과거 연구에서 사용된 충돌한 장소에서 회수한 사체만을 계산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충돌 시 즉사했거나 충돌 시에는 살아있었지만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어 시간이 지난 뒤 죽은 새만이 충돌사로 계산됐던 것이다.
조류 연구자는 지금까지 충돌한 새 80%가 그 충격으로 죽는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빌딩에 충돌한 충격으로 죽는 새는 10% 미만이며 나머지는 멍한 상태였거나 즉시 죽지 않을 정도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그 자리에서 죽은 새와 날아가 시간이 지난 뒤 죽은 새에 대한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연구팀은 부상을 입고 재활 센터로 운반된 새 사망률을 통해 가능한 한 정확한 수를 도출하려고 했다.
연구를 주도한 포담 대학 연구팀은 건물에 충돌한 뒤 잠시라도 살아남는 새가 있다는 건 큰 맹점이라며 재활 데이터를 분석해 그 맹점을 제거하면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새 보호와 창문 유리 충돌 방지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조류 152종과 관련된 3,150건 이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충돌 후 재활을 마치고 야생으로 돌아간 새는 40%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새는 치료 중 죽거나 안락사됐다. 여기서 밝혀진 비율을 각 연도 충돌 사례 수에 적용해 연간 10억 9,000만 마리 이상이 충돌 영향으로 죽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수치는 2015년 연구 결과에서 제시된 미국에서 건물에 충돌해 죽는 새가 연간 5억 9,900만 마리라는 추정치 2배에 해당한다. 같은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새를 죽이는 건 고양이로 그 수는 무려 연간 24억 마리다. 자주 문제시되는 풍력 터빈에 의한 새 충돌사는 연간 57만 마리로 추정된다.
미국 내 많은 주와 자치단체에서는 빛을 반사하기 어려운 유리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새에게 친화적인 건설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한 비영리 환경단체(NYC Bird Alliance) 관계자는 추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새와 인간, 그리고 다른 동물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 조류 개체 수가 급감하는 원인 대부분은 건물과의 충돌이다. 안타깝게도 재활은 개체 수 감소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물 등에서 나오는 인공광과 유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미국에서는 매년 10억 마리가 넘는 새가 계속해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로 인해 생태계는 지속 가능성이 우려될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