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는 자녀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고민하거나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등 유명인 이름을 따서 짓기도 한다. 얼굴 사진과 이름 후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시해 이름을 맞추도록 하는 실험을 통해 이름이 성장과 함께 얼굴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입증됐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 연구팀은 사람 얼굴과 이름이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이 얼굴과 이름 일치 현상에 대한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많은 부모는 미리 정해둔 이름이 있었지만 태어난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아서 이름을 바꿨다고 증언하곤 한다. 이로 인해 부모가 아이 얼굴에 맞는 이름을 짓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된 심리 현상으로 연구팀은 사람에게 도형 2개를 보여주고 어느 도형 이름이 부바(Bouba)이고 어느 도형이 키키(Kiki)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둥근 도형을 부바로, 뾰족한 도형을 키키로 답하는 부바/키키 효과를 소개했다.
한편 이름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며 아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태그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개인 얼굴 외모는 시간과 함께 이름과 관련된 사회적 고정관념 영향을 받는 자기 성취적 예언 효과라는 이론도 제안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름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식하며 헤어스타일, 안경 착용, 화장, 피어싱, 표정 등 외모와 관련된 행동이나 습관이 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된다. 다시 말해 사람은 사회의 기대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 타고난 것인가, 길러진 것인가 논쟁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아이와 성인 피험자에게 얼굴 사진과 이름 후보를 제시해 사진 속 인물 이름을 맞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성인 사진의 경우 피험자가 우연을 넘는 정확도로 얼굴과 이름을 일치시킬 수 있었으나 아이 얼굴과 이름은 일치시키지 못했다. 이 경향은 아이 얼굴 사진을 디지털로 처리해 성인처럼 보이게 해도 동일했다. 이 실험 결과는 성인의 얼굴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름에 맞게 변화한다는 걸 시사한다.
추가로 기계 학습 알고리즘에 대량 얼굴 사진과 이름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실험에서도 같은 이름을 가진 성인 얼굴이 이름이 다른 경우보다 훨씬 높은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판정됐다.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연구자는 사람과 이름간 유사성은 타고난 얼굴이 아닌 자기 성취적 예언의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말해 외모는 이름과 관련된 사회적 고정관념에 맞춰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는 것.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한 구체적인 예로는 이름이 유명인과 관련이 있거나 이름의 의미나 유래 등이 있다.
이 연구에 대해 연구팀은 그동안 실증적으로 검증하기 거의 불가능했던 사회적 구조화의 존재를 증명했다며 사회적 구조화는 외모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강력하므로 이 발견은 이름보다 더 중요한 성별이나 민족 등 개인적 요인이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시사점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