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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달이 하늘에 가장 오래 머무르는 시기

달의 정지(Lunar standstill)란 달이 1개월간 가장 북쪽 또는 가장 남쪽 지점에서 뜨거나 지는 위치에 도달하는 걸 의미한다. 달은 매번 같은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달의 정지 위치는 18.6년 주기로 변한다. 가장 최근 달의 정지는 2006년에 발생했기 때문에 다음 번에는 2024년 후반부터 2025년 사이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평선상 달이 뜨고 지는 위치는 지구와 달 운동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태양계 행성은 황도라고 불리는 태양을 중심으로 한 평면 위를 돈다. 지구는 이 황도면에 대해 23.4도 기울어진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기 때문에 태양은 뜨고 최고점에 이른 다음 지는 각도 차이가 47도로 뜨고 진다. 반면 달 궤도는 황도면에 대해 5.1도 기울어져 있어서 달은 57도 범위 내에서 뜨고 진다. 다시 말해 달은 태양보다 넓은 범위를 움직이며 보이기 때문에 태양보다 북쪽이나 남쪽 지평선 상에 보이거나 하지가 최고점일 때에도 달이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달이 가장 높은 각도로 뜨고 지는 달의 정지 시기에는 달이 가장 먼 북동쪽 지점에서 뜨고 가장 먼 북서쪽 지점에서 지거나 또는 가장 먼 남동쪽 지점에서 뜨고 가장 먼 남서쪽 지점에서 진다. 이렇게 넓은 범위를 이동하기 때문에 달이 하늘에 오래 머무는 것처럼 느껴진다.

영국 스톤헨지나 스코틀랜드 칼러니시 같은 유적지에서는 달의 정지 때 달이 뜨고 지는 지점이 일직선상에 있다는 게 밝혀졌으며 영국 왕립천문학회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도 달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현상이 중요하게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다. 영국문화유산 관련 역사가는 달의 정지는 긴 주기이므로 고고학자가 스톤헨지에서 이를 관측하고 연구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올해는 이 드문 기회를 깊이 연구하고 스톤헨지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작은 발걸음으로 일련의 행사를 통해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의 정지는 2024년 9월과 2025년 3월의 분·추분 전후에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달의 만기와 관측 지점, 날씨 등에 따라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보름달 때 달이 뜨거나 지는 순간을 관찰하면 잘 알 수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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