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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대 이상 스피커로 이뤄진 초대형 사운드 시스템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는 1965년부터 활동했던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가 노래가 관객 목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는다고 한 고민을 받아들여 음향 엔지니어가 개발했다는 사운드 시스템이다.

그레이트풀 데드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라이브 공연장에서의 음향이 큰 과제였던 시대다. 록 콘서트 규모가 확대되면서 관객 수도 늘어나 함성이 커졌기 때문에 낮은 와트 기타와 앰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환경이 조성됐다.

1965년 LSD 투어로 유명한 켄 키지(Kenneth Elton Kesey)를 통해 음향 엔지니어 오즐리 스탠리가 그레이트풀 데드 멤버를 알게 됐다. 멤버와 친분을 쌓아 베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스탠리는 그레이트풀 데드 전속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했다. 스탠리는 음향 지식으로 밴드를 도왔을 뿐 아니라 친구와 함께 그레이트풀 데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해골과 번개 로고 디자인도 맡았다.

스탠리는 그레이트풀 데드 공연 때마다 음향 기록을 남겼고 셋업과 믹싱을 개선해 밴드 멤버에게 문제점을 반복해서 지적하며 기본 음향 과제 해결에 전념했다. 결국 시중 스피커와 앰프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어 제자와 함께 독자적인 오디오 기기 개조‧제작에 나섰고 최종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

1969년 LSD를 복용한 상태에서 스탠리는 사운드 시스템을 밴드 뒤에 배치하자는 발상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딜레이나 혼란스러운 리버브 없이 관객과 밴드가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것. 이후 스탠리는 그레이트풀 데드 사운드 팀과 협력해 후세에 남을 초대형 사운드 시스템인 월 오브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월 오브 사운드는 600대가 넘는 하이파이 스피커로 이뤄졌으며 보컬, 리듬 기타, 피아노가 각각 독립 채널을 가지고 11개 독립 채널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각 스피커가 한 번에 한 악기나 목소리만 전달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왜곡 없는 선명한 오디오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월 오브 사운드는 당시 사운드 엔지니어가 직면했던 기술적 문제를 상당수 해결해줬다. 각 밴드 멤버가 실시간으로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사운드 매니저 부담을 줄였다고 한다. 시제품 중 최대 규모는 3층 건물 높이에 달했고 폭은 30m로 이런 규모 시스템으로는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스피커에서 200m 거리까지는 고품질 음향이 들렸고 400m 정도 떨어져도 낮은 음질이지만 선명한 음향이 들렸다고 한다. 완성품은 1974년에 데뷔했다.

초기에 드러난 문제로는 스피커와 마이크 사이에서 발생한 하울링 현상과 거대한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설치하는 데 드는 노력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후자는 비용이 많이 들어 그레이트풀 데드는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결국 큰 월 오브 사운드는 관리하기 쉽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기기로 대체됐다. 어쨌든 스탠리와 그레이트풀 데드의 아이디어와 실력을 한계까지 높이려 한 자세는 라이브 사운드를 영원히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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