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네슬레는 어떻게 저‧중소득국 아이를 설탕에 중독시키고 있나

스위스에 본사를 둔 식품기업 네스레는 건강에 좋고 유아 발달을 도와주는 핵심 제품이라며 저‧중소득 국가 대상으로 다량 설탕이 첨가된 베이비푸드를 판매하고 있지만 스위스에선 이런 제품에 설탕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기업이 가난한 국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NGO 단체 퍼블릭아이(Publiceye)가 네스레의 이중 기준과 마케팅 전략을 분석해 비난했다.

네스레는 세렐락(CERELAC), 니도(Nido) 등 베이비푸드 브랜드를 운영하며 어린이가 더 건강한 삶을 살도록 돕는다는 목적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퍼블릭아이에 따르면 네스레는 이런 브랜드로 베이비푸드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 제품에 사용되는 설탕량에 국가별로 명확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퍼블릭아이에 따르면 네스레 본사가 있는 스위스에선 유아용 시리얼이나 분유 브랜드가 무설탕인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제품에는 설탕이 첨가되어 있고 자주 고농도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6개월 이후 아기에게 먹일 수 있는 비스킷 맛 시리얼은 스위스에선 무설탕인데 반해 세네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동일한 맛 시리얼에 1인분당 6g 설탕이 첨가되어 있다고 한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유럽 주요 시장인 독일, 프랑스, 영국에서 네슬레가 판매하는 12~36개월 유아용 분유는 모두 무설탕이다. 1세 이상 유아용 시리얼에는 설탕이 들어간 제품도 있지만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6개월 이후 베이비용 시리얼에는 설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설탕이 포함되는 경향은 저‧중소득 국가에서 두드러지며 동일 제품 1인분당 설탕 함량은 태국 6.0g, 에티오피아 5.2g, 남아공 4.0g, 파키스탄 2.7g, 인도 2.2g, 방글라데시 1.6g 등이다.

WHO 관계자는 퍼블릭아이 조사 결과에 대해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 기꺼이 설탕을 더하는 건 공중 보건이나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일부 제조업체는 어린 시절부터 일정 수준 설탕에 젖도록 해 설탕이 많이 든 제품을 선호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는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슬레의 이중 기준은 마케팅 전략에서도 드러난다. 브라질에서 베이비푸드 시장 점유율 2위인 니도는 웹사이트에서 아이는 단 맛을 좋아해 향후 단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어린 시절에는 단 걸 피하는 게 이상적이라며 건강과 식생활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다수 중미 국가에선 1세 이상 유아용 분유에도 설탕을 큰 사탕 1개분 이상을 넣고 있으며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이런 베이비푸드를 계속 광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에선 네슬레가 1세 이상 어린이 지원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 엄마 200만 명이 네슬레 제품을 홍보했는데 이들 제품은 건강에 좋다고 광고되지만 역시 설탕이 포함되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