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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브라우저 변경할 수 없게 하는 드라이버 배포중?

윈도에 기본 브라우저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에서 변경할 수 없게 하는 드라이버가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크롬 다운로드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를 내보내거나 채팅 AI를 동원하는 등 엣지 외 브라우저를 쓰려는 사용자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붙잡아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10과 11 기본 브라우저 설정을 바꿀 수 없게 하는 드라이버를 2024년 2월 윈도 업데이트에 포함시켜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IT 컨설턴트는 지난 2월 윈도 10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한 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SetUserFTA, SetDefaultBrowser)을 통해 기본 브라우저 설정을 바꿀 수 없게 됐다는 문의를 받았다고 SNS에 보고했다.

그의 조사 결과 이 문제 원인은 2월 업데이트에 포함된 KB5034763(윈도 10) 및 KB5034765(윈도 11)에 도입된 ‘UserChoice Protection Driver(UCPD.sys)’라는 드라이버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새로운 ‘UserChoice’ 시스템에선 특정 확장자나 URL 프로토콜을 ‘UserChoice’라는 레지스트리 키 아래에 저장된 해시값과 연결하고 있다. 이 해시 값이 적절하지 않으면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바꿔도 레지스트리 값이 무시되고 엣지 브라우저에서 열리게 된다.

이 IT 컨설턴트는 알고리즘을 리버스엔지니어링해 프로그램(SetUserFTA, SetDefaultBrowser)을 개발했지만 2월 업데이트로 도입된 ‘UserChoice Protection Driver’로 인해 이런 레지스트리 키가 잠기면서 소프트웨어를 통한 변경 등 윈도 설정 외부에서 기본 브라우저를 바꾸려고 하면 오류가 발생하게 됐다.

이에 따르면 문제가 된 드라이버로 인해 레지스트리 키 변경이 불가능해졌지만 드라이버 자체를 무효화하는 건 가능하다고 한다.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한 파워쉘(PowerShell)에서 특정 명령을 실행하면 드라이버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무효화한 뒤에도 윈도에 의해 자동 복구되는 ‘UCPD Velocity’라는 작업 때문에 이 작업을 작업 스케줄러에서 삭제하거나 비활성화해야 변경 사항이 유효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IT 컨설턴트는 해당 드라이버가 EU 디지털 시장법(DMA)을 준수하기 위해 도입된 것일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DMA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6개 주요 IT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되어 반경쟁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받게 됐다. 이에 대응해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11월 EEA 내에서 항상 고객이 구성한 기본 앱 설정이 사용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드라이버가 DMA 적용 대상이 아닌 미국 사용자 기기에도 도입되고 있어 이 추측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도에선 보안 강화를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단순히 엣지와 경쟁하는 브라우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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