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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오일머니가 e스포츠 노리는 이유

올해 기준 1,87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한 세계적인 산업인 게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참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 인수와 투자를 반복해가는 무함마드 빈 살만 황태자를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인 게이머로 만들 태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전부터 축구와 프로 레슬링, 골프 업계를 지원하며 그 중에서도 축구에선 유명 선수를 몇 명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팀에 영입 권유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진행하는 금전적 지원은 스포츠에 한정된 게 아니라 최근에는 영화나 게임 등 문화 예술계로 손을 뻗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e스포츠 기업인 사비게임즈그룹(Savvy Games Group)은 모바일 게임 개발 기업인 스코플리(Scopely)를 49억 달러에 인수하고 e스포츠 조직 ESL과 페이스잇(Faceit)을 15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런 움직임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 연간 GDP 40∼50%를 차지하는 석유 의존도에 대한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위해 e스포츠 나아가 게임 업계를 수중에 담을 수 있는 산업 다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사비게임즈그룹 브라이언 워드 CEO에 따르면 사우디는 게임 강국이 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국가를 게임 개발과 e스포츠 중심지로 변모시키고 이 과정에서 아마 빈 살만 황태자를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공인 게이머로 만들 구상이라고 한다.

이 투자는 사우디가 진행하는 경제 다양화, 사회 변혁 계획 일환이며 화석 연료 탈피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 세계에서 경제를 유지하면서 국내에 부를 가져오는 노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투자에 열심인 게 빈살만 황태자다.

하지만 e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위험도가 높은 베팅이라는 평가다. 이유는 e스포츠는 해마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스포츠와 같은 안정된 시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e스포츠를 추진하는 측은 자금 부족에 시달려 큰 투자를 거절할 도리는 없다. 순수한 투자라면 좋겠지만 트위터와 유튜브에서 정치 활동을 바탕으로 사우디 정부가 남성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사례, 저널리스트 자말 카쇼기 살해에 사우디가 관여했다는 사례 등을 근거로 우려해야 할 국가가 자금력으로 세력을 확대하는 점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보도에선 사우디가 산업 다각화를 하는 건 주로 권력 때문이라며 국내 권력 유지와 해외 권력 확대, 이미 끝없는 부를 가진 왕조의 추가 부유화가 배경에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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