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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는 일반인보다 정신질환 경향 적다”

뮤지션이나 작가, 화가, 코미디언 등 창조적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정신 분열증이나 양극성 장애 등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 앞에서 매력적인 마술을 선보이는 마술사는 다른 크리에이티브 직업이나 일반인보다 정신 질환 경향이 낮다는 게 새로운 연구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람은 양극성 장애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8% 정도 높고 작가의 경우 무려 121% 양극성 장애 위험이 증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이슬란드에 거주하는 8만 6,000명 유전자 샘플을 분석한 연구에선 비주얼 아티스트, 댄서, 뮤지션, 작가, 배우 등 창의적 분야 종사자는 정신 분열증이나 양극성 장애가 될 유전 위험이 높다는 걸 나타낸다.

영국 에버리스트위스대 심리학자는 임상적으로 정신분열증으로 진단되지 않은 사람 예를 들어 정신 질환으로서의 증상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때때로 무질서한 사고를 경험한다. 이는 집중에 있어선 장애가 되지만 창조성을 기르는 데에는 유익할지 모른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정신 질환적 성질은 때론 창의력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그 결과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제작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와 뮤지션 외에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코디미언도 정신 분열증과 양극성 장애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코미디언과 마찬가지로 사람 앞에서 창조적 쇼를 보이는 마술사에 대해선 지금까지 별로 연구되어 오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팀은 마술사의 정신 질환적 성질을 다른 창조적인 집단이나 일반인과 비교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마술사가 스스로 쇼를 만들어 연기한다는 점에서 코미디언과 비슷하지만 코미디언은 농담이 불발로 끝나도 만회 기회가 있는 것과 달리 마술사는 한 차례 실패도 용서받지 못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술사는 극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독특한 업무 환경과 스킬셋이 마술사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흥미로운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마술사 195명을 대상으로 자폐증과 정신 분열증에 나타나는 특성 경향을 평가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일반인과 기타 크리에이티브 집단 샘플과 비교했다. 마술사는 주로 미국과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마술사로 활동한 평균 연수는 35년으로 클로즈업 마술사나 멘탈리스트, 카드 매직 전문가 등 다양하다.

분석 결과 마술사는 자폐증 경향과 환각 같은 비정상적인 경험에서 일반인과 동등한 점수를 보였다. 또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이 점수가 높은 정신 분열증 지표 등 항목에서 일반인보다 낮은 점수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마술사의 통합 실조증 프로파일은 다른 창조적 집단이 아니라 수학자와 과학자 프로파일과 유사하다고 한다.

마술사의 정신 질환적 성질이 다른 창조적 집단과 다른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이런 마술사는 집중력이 높고 사회 불안 수준이 낮고 비정상적인 경험과 왜곡된 생각, 환각 같은 경험이 적었다며 이 모든 특성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마술사 업무에 상당히 유리하다고 말한다.

마법쇼에서 실패하지 않고 정확한 동작을 관객 앞에서 실시하는 게 중요하며 집중력과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한편 스스로가 처음부터 새로운 트릭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기존 마법에 조정을 더해 독창적인 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창조적인 개인이 모두 똑같이 만들어진 건 아니며 창조성과 정신 병리학 연관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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