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대체 시약 등장 조짐도…” 주사 생산과 투구게

코로나19 백신 등 예바 접종은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이런 주사약이나 점적은 살아 있는 채로 피를 뽑아내는 투구게(Limulus polyphemus) 희생 위에 성립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투구게 혈액으로부터 추출되는 투구게 변형 세포 융해물인 LAL(Limulus Amebocyte Lysate)이라는 물질은 주사나 점적 등 생산에 빼놓을 수 없다.

주사가 의료에 사용되게 된 1800년 중반이다. 이후 주사는 주사 발열(injection fever)이라는 반응을 일으켰다. 이는 박테리아에 의해 합성된 내독소(endotoxin)로 인해 농도가 높을 경우 쇼크 상태를 일으키고 경우에 따라선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후 1920년 생리학자 플로렌스 세이버트가 주사 발열 원인은 용액에 포함된 오염수라고 발견하고 이 원인 물질을 검출,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이게 1940년대 의학적 표준이 된다. RPT(rabbit pyrogen test)라고 알려진 이 시험은 토끼에 약제를 정맥 주사하고 열이 나오면 약제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검사 방법이 토끼에서 투구게 피로 대체한 계기는 우연이었다.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걸쳐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우즈홀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투구게 연구를 하던 병리학자 잭 레빈은 투구게 푸른 피가 수수께끼 응고가 일어나는 걸 알게 됐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응고 원인은 내독소라는 걸 밝혀낸 연구자는 투구게 혈액에서 LAL을 추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LAL법 발견은 20세기에서 의료 안전을 획기적인 것으로 자리잡게 했다.

연구자나 기업에 의한 개선이나 미 식품의약품국 FDA 승인을 거쳐 1990년까지 LAL법은 토끼에서의 시험을 대체하는 내독소 검사법이 됐다. LAL을 얻으려면 투구게 혈액이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채로 최대 30% 피를 뽑은 투구게가 자연으로 되돌아가 죽는 비율에 대해선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추정으로는 30% 이상까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투구게를 위협하는 건 의료 분야에서의 이용에 그치지 않는다. 수산 시장에서도 양식 장어나 조개류 먹이로 투구게가 쓰여 이런 2가지 수산업을 합하면 매년 50만 마리 이상 투구게가 죽고 있다고 한다.

투구게 관련한 2019년 조사에선 투구게 개체수가 크게 증감하고 있는 건 없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미국에선 매년 수백만 마리 치도리류 등이 투구게 알을 목표로 대서양 해안에 들르고 있으며 남아메리카 남단과 캐나다 북단 사이를 최대 1만 4,480km 이동하는 붉은가슴도요에게도 투구게 알은 소중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붉은가슴도요는 2015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으며 이는 투구게 낚시에 의해 중요한 식량원이 위협된 게 주요 요인이다. 의료 분야에서 투구게 수요가 수산업 소비량에 비해 혹은 상회하면서 자연보호단체는 LAL 업계에 대해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요청하게 됐다. 이런 요구에 따라 바이오메디컬 업계는 조금씩 대체품 개발을 진행해왔다. 1990년대에는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자가 투구게 DNA와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합성 내독소 검출 화합물을 생성하는 첫 공정을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했다. rFC라고 불리는 이 화합물은 LAL이 내독소와 접촉했을 때 일어나는 3단계 캐스케이드 반응 1단계를 모방한 것이다.

이후 여러 바이오메디컬 기업이 독자적인 rFC나 rCR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후에도 투구게 피로 만들어진 LAL은 의료에 있어 내독소 검사법 주류로 계속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의약품 규제 당국인 USP가 rFC나 rCR을 LAL 대체품에 지나지 않는닥 간주하고 있어 이에 의해 FDA 승인도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자연보호단체는 LAL 제조사가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rFC나 rCR 인가를 늦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USP나 LAL 제조사는 공중 위생을 지키기 위해 적절한 주의를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런 상황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업계와 당국은 투구게 이용을 최대한 줄이는 걸 목표로 해 왔다. 예를 들어 대서양 어업 규제 당국이 투구게 새 어획 제한을 검토하고 있으며 USP도 LAL 유전자 변형 대체품에 대한 지침 책정을 진행하고 있다. USP 새 정책에 대한 퍼블릭 코멘트는 2024년 겨울 모집 후 USP나 FDA 심사를 거쳐 발효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뉴스레터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