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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하게 떴다가 사라졌다…블랙베리의 흥망성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레이디 가가가 사용하기도 했던 휴대용 단말인 블랙베리(BlackBerry)는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이런 블랙베리 역사를 말해주는 작품으로 영화 블랙베리가 2023년 북미 등에서 공개됐다. 이 영화는 시그널을 잃다(Losing the Signal: The Untold Story Behind the Extraordinary Rise and Spectacular Fall of BlackBerry)라는 책을 원작으로 삼은 것으로 블랙베리의 경이로운 탄생과 몰락 뒤에 숨겨진 비화를 담고 있다.

영화는 블랙베리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 더글라스 프레킨에 초점을 맞춰 세계 첫 스마트폰을 어떻게 개발했는지를 그린다. 블랙베리는 한때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것.

블랙베리를 당시 갖는다는 건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사무실 책상에 붙어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현대에는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놀라울 만한 일이었다. 너무 편리하기 때문에 2006년 블랙베리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능력을 말하는 크랙베리(crackberry)라는 말이 웹스터 사전 올해의 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손목 건초염 중 하나에는 블랙베리 썸(Blackberry thumb)이라는 별칭이 붙여졌고 2007년 와이어드 세대 역병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정도까지 매력적이었던 건 문자 입력이라고 하면 같은 키를 몇 번이나 눌러야 했던 시대에 블랙베리 단말은 풀 키보드 탑재였다는 게 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아이폰 등장으로 깨지게 된다. 2009년 스마트폰 시장 저유율 50%를 쥐고 있던 블랙베리는 4년 만에 점유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 당시 블랙베리는 물리적 키보드가 없고 배터리가 하루도 안 가고 작은 충격에도 화면이 손상되는 스마트폰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시장 조사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도입하는 것도 늦었고 독자 운영체제에 매달린 것도 쇠퇴를 앞당기는데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명인이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사진을 모으던 한 블로그(Celebrities BlackBerry)는 2016년 들어 갱신이 멈췄고 2016년 8월 23일 관리자는 유감스럽게도 지금 유명인은 모두 아이폰을 보유하고 있다며 슬픈 일이라는 댓글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를 중단했다.

이미 단말로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사람은 상당히 줄었지만 영화 제작자는 대중 취향이 변덕스러워서 블랙베리에 일어난 것 같은 일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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