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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유일한 소득원인 커플은 행복도 낮다”

일하는 방법이나 가족 본연의 자세가 다양화된 현대에는 일하는 게 남편이 아니라 아내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영국 바스대학 연구팀이 유럽 9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선 여성이 유일한 돈을 버는 커플은 행복도가 낮다는 결과가 밝혀졌다.

연구팀은 핀란드와 프랑스, 독일, 영국,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슬로베니아, 폴란드 등 9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진 유럽사회조사 ESS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대상 데이터에 포함된 피험자는 4만 2,000명 이상이며 연령은 18∼65세까지이며 모두 이성 파트너와 동거하고 있었다. 또 커플 이외 성인이 동거하는 경우나 양쪽 모두 학생이 경우, 영구적으로 일할 수 없는 질환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 은퇴한 경우, 병역에 가있는 경우 등은 뺐다고 한다.

피험자는 가구 수입 상황 등에 대해 회답한 것 외에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0∼10 스케일로 평가했다. 덧붙여 대부분 피험자는 5∼8 사이 점수를 붙였다고 한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남성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7.24, 여성 7.31이었다. 한편 남성 평균 만족도는 여성이 유일한 돈벌이는 하는 가구라면 5.86, 남성이 유일한 돈벌이를 하면 7.16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여성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여성 자신이 유일한 돈벌이를 하면 6.33, 남성이라면 7.10이며 남성보다 차이는 작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 경향은 독일,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등에서 강하게 보였지만 남녀평등이 진행되고 있는 핀란드 등 국가에서도 볼 수 있어 유럽 전체에 보편적인 경향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성만이 유일한 돈벌이를 하면 남성에게 있어 무거운 심리적 부담이며 오히려 여성이 실업하고 있는 게 인생 만족도가 높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남성의 사회적 요소나 수입, 성별에 대한 태도 등을 고려하면 실업 중인 남성은 여성이 벌고 있는 상태보다 여성도 함께 실업한 상태가 크게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남성 만족도는 의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거나 가사나 기타 가정 내에서의 책임을 다하는 경우보다 부득이하게 실업 상태에 빠진 경우 가장 악화됐다. 실업은 자기 불신, 불확실성, 외로움 등 큰 심리적 부담과 관련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남성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가정 내 유일한 돈벌이 대상이 여성일 때 여성 자신의 만족도도 내려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공동 부담 가구나 남성이 돈벌이를 하는 가구보다 수입이 낮고 생활이 어려운 게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또 파트너인 남성 만족도가 저하되어 버리는 게 여성 만족도가 저하되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가정 경제 상황이나 연령, 아이 유무, 젠더 규범에 대한 태도 등 요인을 분석하자 여성이 유일한 돈벌이를 할 경우 여성 만족도 저하는 남성이 유일한 돈벌이를 할 때에 비해 불과 -.0.048까지 억제되는 게 판명됐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남성 만족도는 여전히 -0.0585 낮게 유지되며 독일에선 -1.112로 남성 만족도가 저하됐다.

이 결과는 유럽 전체에서 여전히 가구 돈벌이는 남성이라는 자기의식이 중심이 되어 남성이어야 하고 그래야 좋은 아버지라는 읫식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걸 시사한다. 또 실업 중인 남성은 커뮤니티와 사회적 연결을 구축할 가능성이 낮고 결과적으로 외로움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는 성별 규범이 부부 실업에 대한 대처법에 영향을 미치고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고용 상황을 중시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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