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부모로 인해 콘텐츠화된 아이들

최근에는 틱톡이나 유튜브에서 많은 이들이 콘텐츠를 만든다. 일부 부모는 자녀에 초점을 맞춘 사진이나 동영상, 만화 등을 공개해 돈을 벌기도 한다. 일상 생활을 수익화하는 인플루언서가 대접받는 이면에는 부모에 의해 콘텐츠화되어 버린 아이의 고뇌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 관련 영상 검색을 해보면 구독자 수 수백만 명과 10억 회 이상 조회수를 자랑하는 유튜브 채널이 많다. 이들 채널에는 어린 시절부터 10대가 될 때까지 촬영한 수백 개 영상이 게시되어 있으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아이에 대한 댓글을 달고 공공장소에서 팬이 말을 걸거나 사진 촬영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이 아이가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건 아니다.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건 부모다. Z세대 젊은이에게 부모가 자신의 일상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드문 일이 아니며 본인 동의 없이 콘텐츠로 수익화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유아 시절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어 가족은 일을 그만두고 유튜브 영상 수익으로 생계를 꾸리게 되는 일도 많다. 이런 과정에 있던 아이도 한때 부모에게 이제 유튜브 영상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렇게 되면 부모는 평범한 일로 복귀해야 하고 부유한 생활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려 반대에 부딪쳐야 했다. 10대가 된 이 아이는 자신이 가족 모두를 먹여 살려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며 자신은 화내지 않지만 사실은 마음속으론 화가 났다고 말한다.

사적인 관계인 부모가 업무 상사이기도 한 상황은 아이에게도 큰 압력이 되고 있다고 있어 이 아이는 18세가 되면 집을 나와 부모와의 관계를 끊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부모와 떨어질 수 있다면 그는 본명으로 유튜브 채널 스타가 되는 문제에 대해 공적 공간에서 얘기하기를 원한다.

이 아이는 부모 때문에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게 아이에게 어떤 그늘을 주는지를 부모나 다른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지난 시간을 되찾아줄 수 없다는 것. 또 아이 부모는 대학 진학을 위한 비용을 저축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확한 금액을 아이는 알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아이가 벌어들인 수입 15% 이상을 아이에게 남기는 걸 의무화한 쿠간법이라는 법률이 있지만 인플루언서 아이 수입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정비는 늦어져 2023년 드디어 워싱턴주에서 인플루언서 아이 수입을 보호하는 법률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한편 일부는 아이를 괴롭히지 않기 위해 행동을 바꾸고 있다. 틱톡에서 360만 명 이상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바비 아돌프(Bobbi Althoff)와 남편은 두 딸을 영상에 찍지 않을 뿐 아니라 리처드나 콘크리트 등으로 불러 본명을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원래 장녀가 2세가 될 때까지는 본명이나 생년월일, 이름, 얼굴 등을 콘텐츠에 등장시켰다. 하지만 2022년이 되어 장녀가 생후 6개월이 지나 말을 하기 시작한 천재라는 걸 영상에 올리자 장녀에 대한 비방 중상성 코멘트가 올라왔고 이에 따라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은 인터넷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한 악의적 의견을 읽는 건 어렵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날 장녀가 찍은 모든 게시물과 콘텐츠를 삭제하고 이후 딸을 동영상에 찍지 않았다며 리처드가 언제까지나 자신의 작은 딸이 아니며 그녀는 언젠가 어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를 위한 일이아니라 아이의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투고하는 콘텐츠에 아이를 올려놓지 않는 건 그녀가 아이 어머니인 것 외에 아이덴티티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20대 부모에게 자신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아이가 찍은 콘텐츠도 인터넷에 올리기 쉽지만 성장에 따라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다. 틱톡에서 쌍둥이 딸을 찍은 영상을 올려 850만 명 이상 팔로어를 획득한 마이아 나이트(Maia Knight)는 2022년 12월부터 아이 얼굴을 이모티콘으로 숨기기 시작했다 이 결정에 대한 사용자 반응은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딸을 보여주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이 선택을 딸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틱톡에서 팔로어 270만 명을 보유한 로라 프리츠(Laura Fritz)는 2년간 이어진 틱톡 게시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게 가족에게 최선이라며 아이들이 소셜미디어 압박에 노출되지 않는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아이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데 경종을 울리는 일도 늘고 있다. 틱톡에서 팔로어 16만명을 보유한 소프트스콜피오(softscorpio)는 팔로어 1만명을 보유한 어머니 페이스북 계정으로 개인 정보를 올려 버리고 모르는 남성들로부터 친구와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걸 봤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불안을 느낀 그녀는 어머니에게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고 싶지 않게 되어 버렸다고 한다.

2023년 워싱턴주 의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인플루언서 자녀에게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영구적으로 삭제할 걸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게 포함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