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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은 왜 폐쇄됐을까

지난 3월 10일 미국에 거점을 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이 경영 파탄했다. 하지만 중대한 소식임에도 실리콘밸리은행이라는 것 자체를 들은 적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은행이다. 산타클라라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술 기업이 본거지를 둔 경제 지대인 실리콘밸리 중심에 자리잡은 지역. 산타클라라에 거점을 둔 실리콘밸리은행은 많은 기술 기업을 고객으로 품고 있었다. 또 실리콘밸리은행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을 목표로 하는 많은 이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선 기관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공장 작업 레인처럼 일정 형식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작업 레인 안에 실리콘밸리은행과의 계약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은행과 거래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선 공장처럼 스타트업을 제조하는 구조가 있다. 기관투자자가 돈을 넣은 시점 새로운 회사가 만들어지는데 기관투자자는 현지 법률 사무소와 실리콘밸리은행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에서 작업에 필요한 서류 등이 만들어진다.

투자자와 실리콘밸리은행 사이에는 계약이 존재하고 있어 자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회사는 모두 실리콘밸리은행에 가져오겠다는 약속이 되어 있을 것이다. 주위 창업자는 결국 모두 실리콘밸리은행과 연결되고 굳이 벗어날 이유도 없다. 스타트업용 대출 프로그램도 충실하다. 이렇게 실리콘밸리은행이 기술 스타트업을 독점하는 구조가 된 것.

이렇게 실리콘밸리은행은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독점적 상황을 만들어 경영도 반석에 오른 듯 보였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은 3월 8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결산 중 그렉 베커 CEO는 실질적으로 모든 증권을 매각하며 22억 5,000만 달러 자금을 모집한다는 걸 발표했다. 동시에 투자 펀드 제너럴애틀랜틱에서 5억 달러 자금 제공 계약을 주고받는 것도 발표했다.

이 발표 이후 투자자 사이에선 실리콘밸리은행 경영이 위험하지 않을까 불신감이 퍼졌고 은행 주식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은행 주가는 60% 이상 급락했다. 더구나 고객이 예금 인출을 시작해 은행 자금은 바닥을 치고 결국 3월 10일 경영 파탄에 이른 것이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은 2019년 기준 예금액이 617억 6,000만 달러였지만 2021년에는 3배 이상인 1,892억 달러까지 올랐다고 한다. 많은 자금을 확보한 실리콘밸리은행은 800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부동산담보증권 MBS를 매입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이 구매한 MBS 평균 수익률은 1.56%로 순조롭게 가격이 추이하면 앞으로도 자금이 계속 늘어할 전망이었다. 하지만 2022년 연방준비이사회 FRB가 금리 인상을 실시하며 투자자 주목이 채권으로 옮겨지며 MBS 가치는 급락했다. 이 MBS 폭락이 실리콘밸리은행 경영 상황 악화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실리콘밸리은행 파탄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청원서를 제출해 실리콘밸리은행에 자금을 맡겼던 스타트업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와이콤비네이터 측은 이에 대해 이는 스타트업에 있어 멸종 수준 이벤트라며 스타트업과 혁신을 10년 이상 후퇴시키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담아 청원서를 제출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에 25만 달러 이상을 맡기던 기업은 3만 7,000개 이상이라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은행 매각처가 정해지지 않은 채 이들 기업은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예금에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자체 커뮤니티에선 실리콘밸리은행과 제휴하던 스타트업 3분의 1이 실리콘밸리은행을 유일한 은행 계좌로 이용하고 있었다며 은행이 페쇄되며 스타트업은 급여를 지불할 현금을 준비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1만 개 이상 기업 급여 문제로 일시 영업 정지를 강요받을 수 있고 경제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혁신 분야에서 10만 명 이상 고용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원서에는 5,000명이 넘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CEO가 서명하고 있으며 모두 40만 명 이상 종업원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청원서에선 은행 구제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예금자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지만 재무부 측도 은행 주주나 투자자가 아니라 예금자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 협력해 이런 우려에 대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명 활동을 한 건 와이콤비네이터 뿐 아니라 세쿼이아캐피털을 포함한 125개 기업이라고 한다.

실리콘밸리 은행 파탄 여파는 해외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은행 비즈니스 파트너는 전 세계에 있다. 인도에선 60개 이상 스타트업이 25만 달러 이상을 실리콘밸리은행에 예금하고 있을 뿐 아니라 25개사는 100만 달러를 대출했다. 하지만 일부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을 곧바로 옮기지 못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은행 계좌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지 못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영국에선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법인이 파산 절차를 신청하고 있으며 기술 기업 등에 자금 반복 악화 등 피해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영국 정부가 이 은행에 대한 새로운 구매자를 모집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일부 고객에게 대출자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실리콘밸리은행 경영 파탄은 영국 기술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은행 영국 법인 인수처 모집은 3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이나 오크노스은행 등이 인수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상하이 푸동 발전 은행과 실리콘밸리은행간 중국 합작사인 SPD실리콘밸리은행은 건전한 운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은행 측은 중국 법률과 규정에 따라 항상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경영 파탄이 난 실리콘밸리은행에 디지털 스테이블 코인인 USDC 준비금 중 33억 달러 상당을 맡기고 있었던 발행원 서클(Circle)은 예금 반환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부족분이 생겨도 USDC를 미국 달러와 1:1 비율로 환금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비금 중 일부를 잃은 USDC에 대한 암호화폐 사용자 불안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인베이스는 은행이 폐쇄된 주말 동안 USDC와 미국 달러 환전은 일시적으로 정지되어 있었다며 이는 환전이 일반 은행 영업시간 내에 청산되는 미국 달러 송금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클은 12월 공식 블로그를 업데이트해 경영 파탄이 난 실리콘밸리은행과 USDC에 대한 정보를 올렸다.

USDC는 현금과 미국 국채 조합으로 100% 담보된다. 구체적으론 전체 중 77%에 상당하는 324억 달러가 미국 재무부 단기 증권으로 담보되고 있으며 나머지 23%에 해당하는 97억 달러는 다양한 기관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담보하고 있다. 이 97억 달러 중 54억 달러는 세계 최대이자 가장 안정적인 금융 기관인 뱅크오브뉴욕멜론에 보관하고 있지만 나머지 33억 달러는 실리콘밸리은행에 보관된 채다.

서클은 3월 9일 시점 실리코밸리은행 예금을 다른 은행에 송금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송금 작업은 10일 시점에선 완료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서클은 FDIC에 의한 관리를 신뢰하며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을 무사히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은행에 보과하던 33억 달러가 100% 반환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미국 송금법에 따라 서클은 필요에 따라 외부 자본과 회사 자원을 사용해 부족한 자금을 보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USDC는 미국 달러와 1:1 연동하고 있지만 준비금이 반환되지 않아도 이 비율을 무너뜨리지 않고 USDC를 미국 달러로 환금할 수 있게 되는 걸 보증한 형태다. 참고로 나머지 10억 달러분은 커스터머뱅크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이렇게 보면 3월 8일에는 암호화폐 기업을 주축으로 하던 실버게이트은행, 10일에는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12일에는 암호화폐 기업을 주요 거래처로 사업을 전개하던 상업 은행인 시그니처은행이 뉴욕주 은행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일주일도 안 되어서 미국 내 3개 은행이 계속 하산하는 사태에 금융 업계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뉴욕주금융서비스국 DFS는 12일 성명을 통해 예금자 보호를 위해 뉴욕주 은행법 제606조에 따라 시그니처 은행을 소유했다고 발표한다. 시그니처은행은 5개주에 40개 지점을 설치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 31일 기준 총자산액은 1,103억 6,000만 달러, 총예금액은 885억 9,000만 달러로 미국 은행에선 29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DFS는 연방예금보험공사를 시그니처은행 관리처로 지정하고 있으며 시그니처은행 이용자 예금은 전액 보호될 전망이다. 2018년부터 암호화폐 고객을 공략한 시그니처은행은 순식간에 암호화폐 사용자에게 인기 은행이 되며 암호화폐 시장 과열로 예금액과 주가도 급상승했다.

하지만 시그니처은행에 투기적 자금이 대량 유입되면서 이 은행은 위험을 강하게 의식하게 됐다. 또 2022년 12월에는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붕괴되어 FTX가 계좌를 보유한 시그니처은행에도 시선을 몰렸다. 이런 비즈니스 환경 악화로 인해 시그니처은행은 암호화폐 관련 예금 비율을 줄이는 등 대응을 실시했다.

하지만 2023년 3월 암호화폐 업계에 또 다른 주요 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이 붕괴되며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다. 금융 당국이 시그니처은행 영업 금지에 착수한 것도 시스템 리스크 파급 방지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예금은 전액 보호되지만 주식과 채권 보유자는 손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 대해 FRB와 연방예금보험공사 FDIC는 공동으로 예금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일반 예금보험 상한을 철폐하는 등 긴급 안전 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3월 8일 사업을 폐쇄한 암호화폐 기업과의 거래를 주축으로 실버게이트은행에 이어 2022년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이 경영 파탄하며 FRB와 FDIC는 공동으로 경영 파탄을 시스템 리스크로 단정하고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금융 안전 조치를 취해 예금자 보호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FDIC로 보호되는 예금 보험 상한은 1계좌당 최대 25만 달러로 규정되어 있다. 다만 FDIC는 실리콘밸리은행 예금에 대해 고객은 일반 예금 보험 대상외 예금을 포함해 3월 13일 이후에도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 이 조치에 대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실리콘밸리은행 파탄 처리에 따른 손실은 고객이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실리콘밸리은행 주주와 일부 무담보채권자는 이번 보호 대상외로 발표됐다.

FRB에 따르면 이런 자금은 FRB와 FDIC가 공동 창설한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 BTFP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BTFP는 미국 국채나 모기지 담보증권 등 질 높은 담보를 제공하는 은행과 저축조합, 신용조합에 대해 최대 1년간 대출을 하는 기금이다.

또 BTFP에는 통화안정기금으로 최대 250억 달러 추가 자금이 있다. 다만 FRB는 이런 자금을 활용하는 사태가 있다고는 예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재닛 옐런 장관은 다시 이런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3월 12일 암호화폐 관련 기업과 거래를 실시하던 시그니처은행 사업 정지가 발표됐다. 이에 따라 재무부와 FRB, FDIC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유사한 시스템 리스크를 발동하고 시그니처은행 예금자도 상한 없이 자신의 예금 인출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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