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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채팅 규제법에 비판 쏟아진다

지난 3월 1일 EU가 제안하고 있는 채팅 규제법이라고 불리는 온라인상에서 아동 성적 학대와 싸우기 위한 법안에 관한 공청회를 독일연방의회 디지털위원회가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IT 전문가와 자유주의자, 법집행기관 관계자, 어린이 보호자 등이 참가했지만 참가자마다 입을 모아 EU 법안은 아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기본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온라인에 존재하는 아동 성적 착취와 관련한 데이터 CSAM을 배제하기 위해 EU에선 메일과 채팅 서비스 제공자에 통신 내용 감시를 의무화하는 채팅 규제법이 제안되고 있다. 이 채팅 규제법은 아동 성적 학대를 방지하는 걸 명목으로 일반 시민에 대한 과도한 감시를 실현하는 법안으로 많은 전문가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팅 규제법이 시행되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는 모든 채팅 메시지, 이메일, 파일 업로드, 게임 내 채팅, 화상 통화 등을 스캔하고 CSAM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 모니터링할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이는 암호화되어야 하는 모든 메시지가 서비스 제공업체에 의해 모니터링된다는 걸 의미해 EU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 대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어 온라인 보안 수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정부는 이 채팅규제법을 반대하는 입장을 제시한다. 더구나 3월 1일에는 독일연방의회 디지털위원회가 채팅 규제법에 관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이 중 많은 참가자는 채팅 규제법은 분명히 지나친 것이며 EU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어야 할 기본 인권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는 채팅 규제법이 성립되면 기존 온라인 보안이 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CSAM 검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한 스캔 툴은 에러율이 높고 오검지율이 10∼20%라고 지적한다. 또 법집행기관 인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일상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말로 당초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어 공청회에 참여한 유치원 관계자조차 채팅 규제법 성립에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등 독일에선 채팅 규제법에 대한 위기 의식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독일연방의회는 채팅 규제법 제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유럽위원회, 유럽의회, 각료 이사회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정부가 각료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미치는 건 가능하다. 또 독일 정부는 채팅 규제법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 밖에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도 비슷한 입장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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