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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자연의 권리 내세워 위헌 판결

에콰도르 헌법재판소가 자국 내 보호구에서 계획되고 있는 금과 구리 채굴에 대해 헌법이 정하는 자연 권리에 반한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위헌으로 판단한 건 자국 북서부에 위치한 로스 세드로스 생물보호구에서 2017년 환경부가 인가한 금과 구리 채굴 계획이다. 이번 판결에 근거해 인가는 취소되어 앞으로도 채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판사는 예방 원칙에 따라 채굴에 의한 종 멸종이나 생태계 파괴, 돌이킬 수 없는 자연 사이클 변화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 영향이 인간에 미치는지 여부는 관계없다고 한다. 100% 자연이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덧붙여 이 보호지역 삼림에선 멸종 우려종이 서식하고 있어 채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되어 왔다. 위헌 판결에 대해 인가를 받고 있던 국영 채굴 사업자(ENAMI)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지만 캐나다 사업 파트너 기업(Cornerstone Capital Resources)은 필요한 수속을 모두 끝내고 지역 커뮤니티 이해를 얻어 진행한 뒤 환경 파괴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에콰도르는 200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기했다. 인권처럼 자연 자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 누구라도 대리인으로서 법에 소송을 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며 이번에는 주위 주민이 원고가 됐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이뤄지는 아마존 불법 개발은커녕 합법적으로 인정된 채굴까지 멈추게 한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권리를 요구하는 재판이 전 세계에서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멕시코시티는 자연의 권리를 시 헌장으로 정하고 있다. 남미에선 콜롬비아 대법원이 아마존 강의 권리를, 브라질 북동부 시에서도 자연의 권리법을 제정하고 있다. 그 밖에 우간다와 뉴질랜드, 방글라데시도 자연의 권리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30개가 넘는 지자체나 작은 커뮤니티 수준에선 자연의 권리가 인정되고 있지만 주나 연방 수준에선 아직 인정되지 않았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보면 인권을 자연스럽게까지 확대한다는 것에 위화감은 없지만 이런 건 정하지 않아도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도 좋을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용환 기자

대기업을 다니다 기술에 눈을 떠 글쟁이로 전향한 빵덕후.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을 만나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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