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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공급사 선정된 中 BOE는 어떻게 성장했나

애플은 아이폰12와 아이폰13 OLED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중국 기업인 BOE기술그룹을 택했다. BOE는 2021년 중 아이폰12와 아이폰13을 합쳐 1,500만 장에 이르는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이전에는 적자 진공관 공장이던 BOE가 어떻게 액정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게 됐을까.

BOE는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 세계 1위, OLED 디스플레이에서 세계 2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폰12나 아이폰13 OLED 디스플레이 공급도 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애플용 OLED 디스플레이 공급자로 LG디스플레이가 될 가능성도 보도되고 있다.

이런 BOE는 원래 중국 국영 진공관 공장이었다. 베이징시가 경제개혁 일환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창업자는 1993년 650만 위안을 조달해 민영화했다. 국영공장이던 무렵 베이징시 등 다양한 지방자치단체가 BOE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 외에 주주 TOP10 중 9곳이 국영기업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늦춰지던 BOE는 선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외국에서 기술 이전을 도모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해 외국 디스플레이깅업과 합작회사 설립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일본 AGC, 대만 AOC 등과 합작기업을 성공시켜 시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BOE는 또 다른 제조사와 차별화를 위해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보다 명암비나 리프레시레이트가 뛰어난 TFT 액정 기술에 투자한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PC, 휴대용 게임기 등에 폭넓게 이용되는 TFT 액정은 원래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지만 제품화에 성공한 건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이었다. 이들 기업은 혁신적이고 뛰어난 특허 취득 등에 의해 업계에서 우위성을 굳혔다.

TFT 액정은 공급 능력 증가에도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생기업이 참가하는 건 어렵다. 그런데 2001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인 현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가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영 위기에 빠졌다. 정치적 압력을 받은 우리 정부는 하이닉스 반도체와 사명을 바꾼 기업을 채권은행단 관리 하에 현대그룹에서 분리한 뒤 경영 재건을 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부채를 상황하기 위해 사업 매각에 착수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게 디스플레이 사업이다.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는 전략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STN 액정과 당시 프로토타입 단계였던 OLED 사업을 BOE에 매각했다. 1년 뒤 TFT 액정 사업이 3억 5,000만 달러에 매각됐고 이 중 4세대와 5세대 TFT 액정에 관한 포괄적인 지적 재산과 특허가 포함됐다.

당시 이 인수로 BOE는 중국에서 13번째 거대 기업으로 떠올랐다. 2003년 인터뷰 당시 BOE CEO는 한국이나 일본 기업 수중에 있던 핵심 기술을 얻을 유일한 방법이 인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갖고 있던 디스플레이 기술과 능력을 흡수한 BOE는 베이징시 정부 재정 지원 뒷받침으로 첨단 액정 공장을 건설한 것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망과 능력을 구축하기 위해 홍콩 대형 모니터 제조사인 TPV테크놀러지 주식 26%를 취득하는 등 세력을 강화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전 세계에서 9번째로 큰 TFT 액정 제조사로 성장했다.

또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 기업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핵심 공급 업체로 밀접했던 BOE도 성장했다. BOE 핵심 사업은 디스플레이 기술로 첨단 10.5세대 TFT 액정 생산 라인을 포함한 공장과 중국에서 유일한 6세대 플렉시블 AMOLED 디스플레이 공장 등을 소유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9,655건에 이르는 특허를 신청하는 등 지금까지 7만 건 이상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BOE는 반도체에서 말하는 무어의 법칙처럼 디스플레이 가격이 변하지 않는 경우 제품 성능이 36개월마다 2배가 되어야 한다는 법칙을 제창하고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OLED 기술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은 업계 3번째 특허를 가진 기업이 되고 있다.

화웨이 접이식 스마트폰에도 채택되는 플렉서블 AMOLED 디스플레이에선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2번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과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액정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의한 손실도 커 BOE는 2008년부터 2012년에 걸쳐 5년 연속으로 손실을 계상하는 등 만성적인 영업 손실을 내고 있기도 하다. 2019년에는 핵심이 되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억 3,700만 달러 손실을 냈다. BOE는 세계 최대 액정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되어도 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9년 다양한 지자체로부터 4억 달러 보조금을 받은 것 외에 2010년부터 2019년에 걸쳐 합계 17억 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보조금은 이 기간 순이익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BOE는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배적이 될 것으로 보이는 OLED 디스플레이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애플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OLED 디스플레이 공급업체가 됐다는 건 OLED 디스플레이에서 우위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석원 기자

월간 아하PC, HowPC 잡지시대를 거쳐 지디넷, 전자신문인터넷 부장, 컨슈머저널 이버즈 편집장, 테크홀릭 발행인, 벤처스퀘어 편집장 등 온라인 IT 매체에서 '기술시대'를 지켜봐 왔다. 여전히 활력 넘치게 변화하는 이 시장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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