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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초대 아이팟과 잡스의 약속

애플 휴대용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이 지난 10월 23일(현지시간) 출시 20주년을 맞았다. 파산 직전이던 애플이 부활한 발판이 된 중요한 이 제품에 대해 아이팟의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파델이 스티브 잡스와의 추억을 밝혀 눈길을 끈다.

토니 파델은 2001년 아이팟 개발 책임자로 애플에 입사해 2006∼2008년 아이팟 수석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원래 파델이 HDD를 내장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를 개발하는 회사인 퓨즈(Fuse)를 창업하고 이곳이 애플이 인수된 게 사실상 아이팟의 시작이 됐다. 또 아이폰 개발도 아이팟이 기초가 됐다.

파델은 자사가 설립한 퓨즈사에서 자사 제품으로 MP3 플레이어를 내놓으려던 시절을 떠올렸다. 애플과의 첫 접촉도 아이튠즈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하면서다. 그리고 7주 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제안서를 보여주기 위해 불려갔을 때 잡스는 서류를 옆에 내던지면서 퓨즈가 개발하고 있던 MP3 플레이어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파델은 애플 마케팅 전문가인 스탄 Ng(Stan Ng) 조언대로 먼저 가장 나쁜 모델을 보여주고 다음에 2번째 모델, 마지막으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모델을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자 잡스는 이걸 손에 들고 우리도 만들고 있지만 당신도 함께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델은 이 제안에 주저했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당시 애플은 적자 기업이며 맥 판매 대수가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는 온갖 약속을 하며 파델을 설득했다.

파델은 잡스에 아이팟을 처음 하나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제품 패밀리화까지 밟을 각오가 있는지 물었다. 그때까지 파델은 처음 제품을 9개월 만에 발매 중지하는 고민을 여러 번 경험하고 제품 성공에는 3세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잡스는 애플 핵심 사업인 맥에서 자원을 뽑아 아이팟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초대 아이팟과 후속 기종은 잠시 매출 뿌진이 계속됐지만 잡스는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파델은 앞으로 애플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진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게 뭔지는 예상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는 혁신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기존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주변기기를 만들고 모든 종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따라 혁신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애플이 개발한 휴대용 음악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은 스티브 잡스가 CEO로 취임한 다음 해인 2001년 출시되어 전 세계에서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리며 애플이 약진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아이팟 출시 직전 만들어진 귀중한 프로토타입이 맥OS나 iOS용 앱 개발을 실시하는 기업인 패닉(Panic)에 의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01년 출시된 초대 아이팟은 용량 5GB로 맥에만 대응했다. 하지만 1,000곡에 달하는 음악을 포켓에 담아 운반한다는 콘셉트로 큰 성공을 거뒀고 이후 후속 모델이 출시됐다. 이미 초대 아이팟은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출품되어 2,000만 원 이상 가격이 붙기도 했다.

초대 아이팟 출시부터 20주년이 된 2021년 10월 23일 패닉은 초대 아이팟 프로토타입 사진을 공개했다. 거대한 노란 상자에 노출된 접속 단자, 큰 휠 형태 스위치, 작은 디스플레이, 상하좌우 4개 버튼이 있다. 실제로 출시된 아이팟과 닮지는 않았다. 또 실제 초대 아이팟과 디스플레이 크기는 거의 동일하지만 프로토타입은 실물보다 몇 배 이상 크다.

프로토타입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내용물은 거의 같고 실제로 디스플레이나 기판 등이 차지하는 용적은 미미하다. 굳이 크기도 외형도 전혀 다른 프로토타입을 만든 건 최종 디바이스 모습을 엔지니어에게 숨기는 의미도 있었다고 한다.

부품에 붙인 라벨에는 2001.9.3.이라고 인쇄되어 있어 이 프로토타입이 2001년 10월 출시 직전 만들어진 걸 시사하고 있다. 프로토타입 상단에서 튀어낭온 건 회로나 기판 검사, 디버깅에 사용하는 JTAG다.

실제로 아이팟 개발 중심 인물이자 아이팟 아버지로 불리는 토니 파델 역시 패닉이 공개한 프로토타입을 진짜라고 인정하고 있다. 파델에 따르면 이 프로토타입(P68/Dulcimer)은 실제 폼팩터 설계 준비가 정돈되기 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외형은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완제품 아이팟에서 벗어났고 내부는 거의 같지만 불충분했고 휠은 작동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원영 기자

컴퓨터 전문 월간지인 편집장을 지내고 가격비교쇼핑몰 다나와를 거치며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 관련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현재는 디지털 IT에 아날로그 감성을 접목해 수작업으로 마우스 패드를 제작 · 판매하는 상상공작소(www.glasspad.co.kr)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동시에 IT와 기술의 새로운 만남을 즐기는 마음으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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