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태양계 행성은 6개 밖에 없다고 여겨졌다. 토성 같은 거대한 가스 행성은 밤하늘에 한층 밝게 빛나 육안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토성 궤도보다 바깥쪽에 이런 밝은 별은 눈에 띄지 않고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과학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발견 수단이 없다.
인류가 망원경으로 발견한 첫 행성은 천왕성이었다. 1781년 영국 천문가 허셜이 직접 만든 반사 망원경으로 발견, 태양계 영역을 훨씬 넓혔다. 흥미롭게도 천왕성 관측 위치가 궤도 계산에서 예상되는 위치와 어긋나 있었기 때문에 천왕성 궤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지의 행성 존재가 기대되게 됐다.
예상대로 해왕성이 발견된 건 1846년이다. 이어 해왕성보다 더 멀리 있는 명왕성이 발견된 건 1930년 일이었다. 당시 24세이던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Clyde Tombaugh)가 발견한 명왕성은 태양계 9번째 행성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이후 질량이 지구보다 겨우 0.2%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같은 정조 질량을 가진 해왕성 바깥 천체가 발견되면서 행성으로서의 위치가 의심받기 시작했다. 마침내 2006년 국제천문연맹으로부터 왜행성(dwarf planet)으로 강등되어 제9행성 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하지만 행성 여부를 떠나 명왕성은 호기심과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 어쨌든 지구에서 명왕성까지 거리는 최단이라도 42억km에 달하며 이렇게 멀리서 달보다 작은 천체 모습을 파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명왕성 위성 중 가장 큰 건 카론이다. 카론 직경은 명왕성 절반 정도로 명왕성이 발견된지 40년이 지난 1978년 발견된 것이다. 키론에서 조금 떨어져 작게 빛나고 있는 건 위성 닉스와 히드라. 닉스와 히드라는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에 따르면 명왕성보다 5,000배 가량 어둡고 명왕성까지 거리도 카론에 비해 3배 이상이다.
명왕성에서 대기 존재가 확인된 건 1998년이다. 매우 얇은 대기는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가스가 승화해 부풀어 오르는 것도 알려졌다. 카론은 지구의 달처럼 공전과 자전주기가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같은 면을 명왕성 쪽으로 향한다. 차가운 빛을 반사하고 있는 메탄 얼음 덩어리로 명왕성 표면은 주로 얼음과 암석으로 되어 있으며 온도는 영하 220도, 기압은 지구보다 1,000만분의 1 밖에 안 된다.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측 통해 명왕성 표면에는 질소와 일산화탄소, 메탄 얼음이 있다는 걸 발견했고 3,000m 급 산이 늘어서 있다고 여겨졌다. 2021년 나사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이 명왕성에 도달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상상 속 세계로만 표현할 수 있던 명왕성 지형과 색채를 단번에 자세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거대한 얼음 기둥은 500m짜리도 있다고 한다. 수백만 년 전 명왕성 표면에 얼어붙은 메탄이 고도가 높은 곳에서 조금씩 기화해간 결과 지금 같은 형태로 풍화된 것으로 보인다. 명왕성 표면은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지질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북극권 곳곳 깊은 계곡에서도 지질 활동 흔적으로 보이는 게 나타난다. 직경 70km. 깊이 4km에 달하는 분화구가 무수하게 흩어져 있는데 이런 운석 충돌에 의한 것으로도 지하 얼음이 녹은 것에 의한 표면 함몰로 보인다.
명왕성이 발견된 건 올해로 91년이다. 그간 인류 관측 기술이 발전하면서 처음으로 접근해 관측에 성공해 명왕성이 어떤 천체인지 자세하게 밝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행성이든 준행성이든 태양계에서 가장 손이 닿기 어려운 가장 수수께끼인 천체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