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7년 뒤에는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르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가 현재 지구에 가까이 있다. 물론 이번에는 충돌 위험은 없다. 지구에 가장 접근하는 건 2021년 3월 6일이지만 그래도 지구에서 1,580만km 떨어진 곳을 통과할 뿐인 것. 지구와 달까지 거리보다 44배나 되기 때문에 해가 될 일은 없다. 너무 멀어서 육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차분히 관찰할 기회인 건 분명하다.
아포피스(소행성 번호 99942)는 2004년 6월 발견됐다. 직경은 350m로 궤도가 확정되어 소행성 번호를 부여한 천체 중에선 작은 편이다. 하지만 이 궤도라면 2068년에는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관리하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소행성 목록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타원 궤도를 그리며 태양을 도는 아포피스는 몇 년 간격으로 지구 근처로 날아든다. 3월 6일 근접 이후 다음에는 8년 뒤인 2029년 4월 13일 지구에 접근한다. 지구에서 3만 1,000km 그러니까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10분의 1까지 접근할 전망이어서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7년 뒤인 2036년에도 접근하지만 어차피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제로다.
하지만 32년 뒤인 2068년에는 지구에 충돌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만큼 접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충돌 가능성은 15만분의 1 혹은 53만분의 1이라는 등 의견이 다르고 충돌 가능성은 잠재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아예 제로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만일 아포피스가 지구에 충돌하면 충격은 TNT 환산 1,150메가톤에 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충돌 각도와 낙하 지점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지구 규모 한랭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한랭화라고 하면 6,600만 년 전 멕시코 유카탄 반도를 직격해 조류형 공룡을 사라지게 한 운석 충돌을 떠올릴 수 있다. 당시는 직경 16km 충돌로 규모가 자릿수를 달리한다. 이런 규모 운석은 2억 5,000만 년에서 7억 3,000만 년마다 지구에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아포피스급 운석은 8만 년마다 한 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 근접할 아포피스 모습을 잡으려고 천문학자들은 일찍부터 준비를 해왔다.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 IAWN 주도로 99942 아포피스 2021년 관측 활동이라는 연계 체제를 갖춰 관측에 도전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나사 우주 통신 시설에서 관측이 이뤄지며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 천문대에서도 관찰이 진행된다.
이번 관측 주요 목적은 아포피스 궤도에 대한 궁금증을 불식하고 스핀 상태와 입체 형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근거리에서 레이더 관측을 해 자세한 데이터를 취득한다면 2029년에는 지구 근처를 통과할 때 스핀이나 형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지구 중력이 아포피스 궤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한다. 변화를 알면 앞으로 궤도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지 모른다. 지구와 충돌할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앞으로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위기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라도 이번 근접 비행은 천문학자에게는 소중한 기회다. 동시에 2029년 비행은 더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준비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아포피스 근처까지 우주선을 날려 여기에 탐사선을 보내고 아포피스 표면을 검사하는 대담한 미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과학의 힘으로 밝혀가는 지식이 아포피스 충돌 회피에 이어 지구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